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이 최장 20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가 성적인 피해를 당했을 경우 성년이 된 후에도 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법무부는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연장하고 법인 제도를 정비하는 등 민법의 시효·법인 제도를 고치는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한다고 2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었던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 기간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5년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20년으로 각각 늘어난다.
또 환경오염 피해나 직업병 등 장기 잠복 손해를 입은 피해자의 권리 행사를 위해 소멸시효 계산시점을 불법행위를 한 날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날로 바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충실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미성년자가 성적(性的) 침해를 당했을 때 성년이 될 때까지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을 정지하는 특칙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성년이 된 뒤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전자거래 활성화 등으로 거래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현행법상 10년인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 규정에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 및 채무자를 안 때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끝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무단 점유자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소유할 의사’를 갖고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일정 기간 점유하면 ‘자주 점유’(소유의 의사를 갖고 점유하는 것)로 추정해 소유권을 인정해 주던 현행 민법의 자주점유 추정 규정은 삭제했다.
적용 규정이 복잡해 혼란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던 숙박료와 음식대금 등 일부 항목에 대한 단기 소멸시효(3년 또는 1년) 규정도 없앴다.
개정안은 법인 관련 부분도 대폭 정비해 비영리법인 설립의 경우 주무 관청의 자유재량에 따라 결정하는 ‘허가주의’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반드시 인가해주는 ‘인가주의’로 고쳤다.
이밖에 △법인 합병ㆍ분할의 근거 및 절차 규정 신설 △종중, 교회, 마을공동체 등 비법인 사단·재단을 규율하는 조항 신설 △재단법인 설립시 출연재산이 재단에 귀속되는 시기에 관한 규정 개정 등의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