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온갖 편법과 비리가 동원돼 뜨거운 수주전이 벌어지는 서울과는 달리 지방에서는 조합이 입찰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에 나서도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춘천 후평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6차례나 진행했음에도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주시 남산지구 재개발사업도 입찰공고를 3차례나 내고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수의계약을 할 건설사를 찾고 있다.
그나마 분양시장 사정이 낫다는 부산에서도 대연제7구역, 우암제1구역, 좌천도시환경제2구역, 범천제4구역, 만덕제1구역, 화명제2구역, 감전2구역, 대평도시환경제1구역 등 재개발 사업장이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에서는 배나무골주택 재개발, 봉덕신촌 재개발, 명덕 도시환경정비사업, 평리1-2구역 재개발 등이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지만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건설사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금청산을 원하는 조합원들도 여전히 많다. 현금청산으로 인해 발생한 물량은 일반분양을 통해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미분양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전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 조합원은 “사업에 참여해봐야 4~5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그럴 바에는 도처에 널린 미분양 주택을 선별 매입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건설사들이 지방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경기 침체에 있다. 경기 침체로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서울 등 사업성이 보장된 일부 지역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부산, 거제 등 일부 지역의 분양시장이 호조세를 띄고 있긴 하나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지방의 분위기를 역전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지방 재건축 대부분이 지분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도 시공사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공사가 리스크 없이 공사 도급비만을 받는 도급제에 비해, 지분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와 이익을 시공사가 안고 가고 조합원은 미리 정한 지분을 확정하는 형태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야 조합 입장에서는 도급제를, 건설사는 지분제를 선호하겠지만 주택시장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익은커녕 자칫하다간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사업에 섣불리 뛰어들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지방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