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지고 중·저가 일식 창업이 유행

입력 2010-11-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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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 라멘 전문점 하꼬야는 건강 일식 메뉴를 제공한다. (사진=하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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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창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외식업종 가운데 대표적인 고급업종인 스시를 비롯한 고급 일식집보다 중·저가 일식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불황으로 일식 수요가 가격이 비싼 고급 일식점에서 저렴한 퓨전 일식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이청명(55·가명)씨는 2006년 창업 이래 하루 매출 7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잘나가는 고급 스시점주였다. 웰빙 열풍을 타고 고급 일식을 찾는 고객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의 사업은 2008년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이 씨는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해서 고객들이 비싼 자신의 가게를 찾는 일이 뜸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비싼 월세를 감당하다 못해 이 씨는 자신의 가게를 내놓게 됐다.

점포라인에 따르면 고급 일식집은 지난 8월 평균 매출 7000만원에서 지난 9월 3080만원으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이 줄면서 자연스레 권리금과 매매호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8월 고급 일식집 권리금은 2억7833만원인 반면 9월에는 1억1441만원대로 낮아졌다. 매매호가 역시 8월 3억5666만원에서 9월 1억6909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고급 일식점의 점포사정이 악화되자 운영을 포기하고 신규매물로 나오는 점포물량도 급증했다. 고급 일식집은 8월 6건이었지만 9월 36건으로 6배나 늘어났다.

반면 저렴한 퓨전 일식은 업계에서 2010년 하반기 유망창업 아이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올 한 해 돈부리, 일본식 돈까스, 라멘, 우동 등의 메뉴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인기를 얻으며 창업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기를 타고 퓨전 일식 프랜차이즈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전통 면 전문점 하꼬야는 가맹점이 작년 35곳에서 11월 현재 56곳으로 늘었다. 매달 3곳 이상 오픈하고 있어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일식 창업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꼬야 박보준 부장은 “하루 평균 매출 90만원 정도는 나온다”며 “불황기에 안정적인 창업을 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하꼬야는 젊은층 외에도 백화점고객과 주상복합에 거주하는 40~50대도 고객으로 많이 찾아오는 점이 장점이 있다. 하꼬야 관계자는 “돼지사골로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00년에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미소야는 퓨전 일본 음식 프랜차이즈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2007년 148개 매장에서 올해 11월 현재 290여개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다. 미소야 관계자는 “돈가스, 우동, 초밥 등 기본 일식에 대한 수요는 늘 있다”며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이영희(24·혜화동)씨는 ‘안가본 사람 빼고 다 가봤다’는 말로 미소야에 대해 표현했다. 이 씨는 “저렴한 가격에 일본식 특유의 바삭거리는 돈가스를 먹기 위해 미소야를 찾는다”며 미소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 일식퓨전주점도 인기다. 일식퓨전주점이란 요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뎅빠나 이자카야 등을 말한다. 정서와 메뉴는 우리나라 포장마차와 비슷하지만 인테리어와 메뉴의 상당부분은 정통일식주점인 이자까야에서 차용해왔다. 장기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오피스 상권 1층에 소규모로 생겨난 퓨전 주점들이 현재 바람을 타고 있다.

일식퓨전주점은 퇴근길 상권으로 불리기 때문에 강남, 강북 등 오피스의 소비수준에 크게 상관없이 평균 매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오피스 상권의 인근 주류점에 비해 퓨전 주점은 만원 미만의 안주에서 그 이상까지 다양하게 구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도 있다. 부담없다는 점이 오피스권 넥타이 부대에 크게 어필하고 있어서 11월 현재 일부 상권에는 포화 상태일 정도로 인기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퓨전 일식 창업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기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콘셉트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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