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도덕성‘ 확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장관과 일부 총리지명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도덕성 결여로 인해 낙마했고 한 국회의원은 도덕성 문제로 인해 당에서 쫒겨나기도 했다. 일부 연예인들도 학력위조, 표절 등에 이어 병역기피, 주식 ‘먹튀’, 뺑소니, 도박 등 다양한 종류의 사건에 연루되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투데이가 창간기념으로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도 응답자 4명 중 1명(전체 응답자1000명의 19.9%)이 “우리나라가 초일류 국가로 나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첫번째 과제로 도덕성 회복”을 꼽았다. ‘지연·혈연·학연주의 타파’(17.6%)가 바로 뒤를 이었으며, 이밖에 △신뢰사회 구축(16.9%) △사회 갈등 해소(16.3%)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15.3%) △물질 만능주위 극복(8.1%) 등 순이었다.
왜 21세기 우리 사회에 도덕성 확립에 대한 목소리가 이처럼 커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물질 사회’에서 ‘비물질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도덕성’이 중시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압축 성장과정에서 물질 사회를 추구하면서 웬만한 도덕성 결여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초일류 국가로 나가기 위한 비물질 사회에서는 는 도덕성이 큰 화두로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이효성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도덕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과제에 대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사람에게는 얼마나 땅이 필요한가’를 예로 들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살고 있는 나라는 아침 해가 뜰 때 막대기를 갖고 출발해서 땅을 긋기 시작한 후 해 질 때 까지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면 자기 땅이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너무 크게 땅을 그린 나머지 돌아오지 못한다. 그는 죽고 결국 한 평 땅에 묻힌다.
이 교수는 “최소한의 것에 만족할 줄 알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물질적 가치는 본원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치관, 즉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연대 공동대표(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일자리 창출, 친서민, 경제살리기 등을 외치다 보니 물질 위주 사회로 가고 있지만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질이 갖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며 “단순히 생활수준을 높이는 게 아니라 정신적 요소인 도덕성을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도덕이란 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는 물질 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도덕성은 바로 우리가 초일류 국가로 나가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라고 강조했다.
배규한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도 “초일류국가로 나가기 위해선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비물질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화해야한다”며 “물질 사회를 법이 지배했다면 비물질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도덕”라고 말했다. 배 사무총장은 이어 “지도자는 물론이고 국가도 도덕적 우위에 있어야 존경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러 비도덕적인 사람만 골라서 지명했기 때문에 최근 장관과 총리 후보자들이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것은 아니다”며 “후보자가 될 만 한 사람을 지명하고 나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이런 게(조금 비도덕한 것은 문제 가 아니라는 인식) 굉장히 보편화 돼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최근 도덕성에 대한 문제의 대표 격인 ‘유명환 장관’ 사건을 최근 방송됐던 드라마 ‘구미호-여우누의뎐’에 빗댔다. 이 드라마는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착하게 살려했던 구미호의 딸을 죽인 다는 이야기. 유명환 장관의 경우 자기 자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남의 자식에 대한 기회를 박탈한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지도자나 연예인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것도 좋지만 비도덕적인 일을 하면 엘리트가 될 수 없고 상층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도덕성이 중요하게 된 이유를 우리 사회에 경쟁 참여자가 많아진 것에서 찾았다. 주 대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도덕성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경쟁 참여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전 국민이 경쟁에 참여하기 때문에 반칙은 못 참는다”라고 강조했다. 계급이 고착되어서 자기네들끼리 경쟁한다면 상층 귀족들끼리 경쟁을 하든 음모를 꾸미든 다른 계급사람은 관심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누군가 반칙을 안해야 나한테도 기회가 있고 나도 참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칙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에서 이긴 승자들이 반칙까지 한다면 이는 정말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때문에 지도층의 도덕성이 더욱 요구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