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역사적 사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경주 최부잣집 얘기다.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을 쓴 경제학자 전진문 박사는 최부잣집이 흉년 때 경상북도 인구의 약 10%에 이르는 사람들에게 구휼을 베풀었다고 추산한다. 최부잣집 가훈(家訓)은 △재산은 1만석 이상을 지니지 마라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 ‘존경받는 부(富)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일류 국가로의 전진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 시대정신 확립을 위해 최부잣집의 사례처럼 사회 지도층의 다양한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효성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좀 더 배우고 더 가진 사람들이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며 “사회 제도적으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높은 교육과 부를 갖고 특권과 지위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정의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러시아 전 초대 대사)는 리더의 봉사정신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리더라면 봉사하는 자세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주요 공직이라는 자리를 일자리가 아닌 먹을 자리로 생각하는 게 문제다. 엄청난 책임을 수반하는 자리라고 하면 누가 하래도 주저할 테지만 먹을 자리로만 보니까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소로 하겠다 나서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수십 년간 경쟁이 진행되면서 승패가 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두면 2~3 세대를 지나 계급으로 고착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를 표하며 리더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노인을 제도적으로 보살피고 보육도 제대로 해줘야 젊은 사람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다”며 “패자부활전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여야 초일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