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권에서 여성들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
최근 아이슬란드 정부는 금융권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자 국영은행 3곳을 신규 설립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이슬란드는 이중 2곳에 여성 대표를 임명했으며 남성들이 저질러 놓은 잘못을 청산하기 위해 여성을 영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성 중심 문화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불러오는데 일조했다고 여기는 것은 아이슬란드만이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해리엇 하먼 영국 노동당수 직무대행은 “세계적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만약 ‘리먼 시스터스(Lehman Sisters)’였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이 금융 관행을 주도했다면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계 전반에 여성 파워를 확대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러셀 레이놀드 어소시에이트의 루크 메이넬 영국부문 책임자는 “남성 대신 여성 인력의 채용을 확대한다는 것은 아직 힘들다”면서 “보수주의 세력이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우먼 파워 혁신에 주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기 전에 실시하는 검증 절차인 ‘베팅 프로세스(vetting process)’를 강화했다.
헤드헌터들은 이같은 절차로 여성 경영진이 탄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기업들이 특별하고 훌륭한 경력을 보유한 후보자를 물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재가 여전히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는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인력중개업체 에곤 젠더 인터네셔날의 앤드류 로스코 영국 매니징 파트너는 “FSA의 기준에 적합한 경력을 자랑하는 여성 인력을 찾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지도자 확충에 대한 정책입안자들의 호응은 높은 편이다.
호주에서는 지난 2002~2008년 8%였던 여성 경영진 비중이 주주들의 압박으로 올해 10%로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경영진이 15%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들이 이사회 자리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곤 젠더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는 이사회 멤버 가운데 평균 4명은 여성이다. 이는 유럽 전체 국가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구성원으로 여성을 영입한 대부분의 기업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보다 신중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