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평적 조직구조 구성... 빠른 의사결정·창의성 효과 높아
“이봐 김대리, 기획안 다 작성됐나?”SK텔레콤과 ㈜대상, 현대홈쇼핑 등의 사무실에서는 이같은 말을 들을 수가 없다.
기존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으로 이뤄진 직급체계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
7일 재계에 따르면 기존의 고정화 된 ‘사원~부장’ 등으로 이뤄진 직급체계를 없애고 각 회사의 상황에 맞는 직급체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부터 그룹 계열사 중 최초로 ‘매니저-팀장-실장-본부장-부문장’ 등의 직급체계를 간소화했다.
SK텔레콤 외에도 △SK E&S △SK가스 △SK M&C(마케팅앤컴퍼니) △SK브로드밴드 등의 그룹 계열사들도 기존 직급체계 대신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일은 직급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개념에서부터 출발했다”며 “모든 구성원이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및 의사소통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 등 다른 계열사에서는 아직 매니저 제도가 도입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룹 전체적인 직급체계를 매니저 제도로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내년부터 27년간 이어진 직급체계를 폐지하고 ‘선임(사원·대리급)-책임(과·차장급)-수석(부장)’ 등의 3단계로 직급체계를 간소화 할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기존의 직위체계는 일정 주기마다 승진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조직과 개인의 스트레스 누적, 승진자 배려에 따른 평가의 공정성 저하, 우수성과자에 대한 보상 왜곡 등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직급체계 전환배경을 설명했다.
유통업계도 기존의 직급체계와는 다른 방식을 도입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06년 11월부터 ‘선임-책임-임원’ 등 3단계로 직급체계를 단순화했다. 또 ㈜대상도 지난해 8월부터 ‘매니저-팀장-본부장’ 등의 단순화 된 직급체계로 전환했다.
포털업체 다음도 ‘사원-팀장-본부장’등 3단계로 직급체계를 간소화했다. 마케팅 등 대외관련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만 타 회사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기존의 직급체계인‘사원~부장’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기존 직급체계를 없애는 가장 큰 이유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기존 직급체계에서 신입사원들은 층층시하로 구성된 직장상사들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펼치기 어렵지만, 모두 매니저(또는 선임)인 경우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른바 수평적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또 매니저(Manager)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관리자)처럼 그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해 업무에 대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존재목적은 이윤창출”이라며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의사결정 속도에 따라 기업의 수익규모가 엄청나게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신속한 의사결정체계가 경영의 성패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신입사원 때부터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면 업무효율성이 높아져 경영성과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