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 호조 덕분에 일본 전자부품 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반도체와 TV 부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부분의 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면서 덩달아 순풍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4~6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5조142억원이었다. 같은 시기 파나소닉은 838억엔(약 1조1330억원), 소니는 67억엔, 샤프는 225억엔으로 일본 전기메이커들 역시 전년 동기보다 선전했지만 삼성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였다.
삼성은 특히 LCD TV부문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LCD TV 시장에서 삼성은 19.3%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담한 설비투자로 TV 한 대당 생산 비용을 파격적으로 낮춘 것이 삼성의 선전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백라이트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LCD TV와 3D(3차원) TV 등 획기적인 신제품을 잇따라 투입하는 것도 삼성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신문은 반도체 부문에서도 삼성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반도체 시장 상황이 부진한 가운데 지난 5월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26조원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실패 리스크를 무릅쓰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의 막강한 자금력에 부러운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삼성의 유동성(현금 및 예금, 환금성 높은 증권 등)은 20조6400억원으로 삼성 총 자산의 17.9%에 해당한다.
삼성의 독주로 부품업계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전자부품과 디지털 소재 대부분을 납품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현재 LED 반사판은 클라레가, LED 칩은 도요타합성이 각각 납품하고 있으며 TOWA와 롬, 무라타제작소 등 LED와 고주파 디바이스에 강한 기업들이 삼성과 손잡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 연삭장치로 세계 최대기업인 디스코와 반도체 제조장치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도쿄일렉트론은 삼성의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덕을 톡톡히 봤다.
디스코는 올해 2분기(4~6월)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이 전년 동기의 3배인 150억엔에 달해 분기기준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도쿄일렉트론은 한국에서의 매출이 전년 동기의 7.6배인 214억엔으로 불어났다.
신문은 삼성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질 경우 이들 기업 외에도 히타치국제전기와 다이닛폰스크린제조, 어드밴테스트는 물론 유기EL 생산공장에 장치를 납품하고 있는 니콘과 알박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경쟁적인 한국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미코시바 시로 수석 애널리스트는 “10년 후에는 한국 부품 기업의 점유율이 세계 1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면서 “한국으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