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는데도 실업률 하락으로 연결될 정도의 경기 회복에는 이르지 못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신이 교수로 재직하던 프린스턴대학 강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사실상의 제로금리 등 이례적인 금융완화가 고용개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 연준 의장이자 경제학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은 것이다.
여기다 전대미문 수준으로 확대된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해 미 정부의 궁여지책도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4700억달러로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늘었다.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계기로 한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부족과 대규모 재정 지출, 여기다 조지 부시 전 정권에서 물려받은 적자까지 더해지면서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는 것.
일본종합연구소는 향후 미 재정에 대해 순환적 그리고 구조적 차원의 문제를 각각 안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우선 국내총생산(GDP) 갭의 수요 부족과 지속되는 고용 침체를 들었다.
미국의 GDP 갭은 지난 2분기(4~6월)에 마이너스 6.3%로 대폭의 수요 부족에 빠져들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쳐도 설비투자 증가나 임금 상승 등의 적극적인 순환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지속적인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2자릿수에 가까운 높은 실업률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본종합연구소는 두 번째 문제로 연방 정부처럼 위기에 처한 주ㆍ지방 정부의 재정상태를 지목했다.
미국의 주 정부 재정도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침체로 미 경기회복 및 재투자법(ARRA,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에 따른 연방 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ARRA에 의한 지원은 2012년도에 거의 종료되기 때문에 어려운 재정 운영이 지속될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방 정부는 수지 균형을 위해 공공 서비스 감축에 나서게 되며 이것이 일반 시민의 생활에 악영향은 물론 경기와 재정의 추가적 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도 문제다.
미 의회예산국의 전망에 따르면 의료보험 개혁법에 의해 2019년도까지 총 1400억달러 이상의 재정적자 삭감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전망처럼 재정적자 삭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해도 헬스케어 관련 지출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
이를 배경으로 2015~2030년경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65세를 맞이함으로써 고령화 속도가 한층 빨라지게 된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이처럼 미국 재정이 장단기적으로 문제를 떠안고 있는 가운데 꾸준한 재정 재건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우선 해외 파이낸스 의존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국채 파이낸스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미 재정의 지속성에 의구심을 갖게 될 경우 국채 소화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생긴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투자가들이 미 국채의 대량 매각을 단행할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구조가 수출의존형에서 내수확대형으로 이행함에 따라 미국의 저축 부족을 만회해주는 파이낸스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 스스로가 민간 부문의 저축을 증가시켜 국채의 자국내 소화의 비율을 높여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일본종합연구소는 의료와 관련된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재정적자 구조를 감안하면 큰 세출 항목이 되고 있는 의료ㆍ사회보장 관련, 특히 메디케어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일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메디케어 기금(파트 B, D) 수지를 보면 연방 정부에 의한 부담액은 매년 증가해 연방정부의 재정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료 인상이나 연방 정부 예산 이월의 비율 재검토 외에 의료비 자체를 억제하기 위한 진료 보수 개정 등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한가지는 미 정부가 새로운 세수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대미문의 규모로 불어난 재정적자의 재건을 위해선 기존 세제 개정뿐 아니라 새로운 세원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일본종합연구소는 새로운 세수원의 하나로 부가가치세 도입을 들었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택스 폴리시 센터에 따르면 부가가치세를 인상할 경우 현재 수준에서 2500억달러 이상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또 택스 폴리시 센터가 부가가치세 도입 후 연방 정부의 재정 수지 변화를 추산한 결과, 미재정 개선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종합연구소는 그러나 앞서 제안한 내용들을 모두 실현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폭의 GDP 갭을 해소하려면 장기간이 걸리는데다 경기 침체 하에서의 세금 인상은 경기를 한층 냉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지지율 침체로 허덕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는 11월 2일 중간선거에서도 고전이 예상, 만일 의회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주도권을 잡았을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일본종합연구소는 지속 가능한 미국 재정재건을 실현하기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