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일 고위급 경제회담은 중국의 일방적인 주도로 끝이 났다.
양국은 환경ㆍ에너지 절약 등 5개 분야ㆍ7개 항목에 대해서는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 측이 요구한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는 한편 오히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대해 임금을 인상하라고 촉구했다.
중일 고위급 경제회담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차가워진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2007년 12월부터 개최했으나 갈수록 일본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어 지속될지 의문이다.
이번 중일 고위급 경제회담에는 일본 측에서는 공동의장인 오카다 가쓰야 외상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나오시마 마사유키 경제산업상 등 6명의 각료와 부대신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공동의장인 왕치산 부총리를 포함해 8명의 각료가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에너지 절약ㆍ환경 협력, 차관급 회의 개최 외에 중국 국내의 물류 및 유통환경 개선, 인재육성, 민간 차원의 식품안전에 관한 정보교환과 교류활동 강화에 합의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추진과 보호주의 억제, 산관학 연계를 통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자는 방안에도 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모조품, 이른바 짝퉁에 의한 지적재산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을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일본측이 강력하게 요구한 희토류의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해 중국측은 “환경보호와 자원고갈 우려”를 이유로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하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측은 중국측이 요구하는 환경기술 이전 등을 수용하는 대신 희토류 수출규제 완화를 얻으려 했으나 중국이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다.
희토류는 자석의 원료가 되는 네오디뮴과 내열성을 높이는 디스프로슘 등으로 대표되는 희귀 금속의 총칭이다.
하이브리드 차나 휴대전화 부품의 성능 향상, 액정 유리기판의 연마제 등에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이 지난 7월 희토류 수출을 전년 대비 40% 줄이기로 발표하면서 수입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일본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차질은 물론 가격 급등으로 희토류 대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발표 이후 모터의 자석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등을 포함해 이트륨, 세륨, 란탄 등의 희토류 가격은 30% 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희토류 채굴에 필요한 대규모 개발이 환경을 해치는 등 자원 보호와 국가의 안전 보장상 어쩔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차세대 산업 발전으로 희토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점에 주목, 희토류로 해외 자본 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중국이 쉽게 희토류 수출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노사분규에 대해 언급, “일부 외국계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문제가 있다”며 일본계 기업에도 임금 인상 등의 대응을 요구했다.
원 총리의 이 같은 요구는 일본측이 중국 측에 파업에 관한 법률 정비 등을 요구한 끝에 나온 것이다.
원 총리는 “나라가 발전 중인 가운데서는 노사분규가 심각해지는 시기가 있다”며 오히려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본 측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100개 이상의 일본 기업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총리는 또 “희토류 규제는 난개발과 밀수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며 “수출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표하고 제4회 중일 고위급 경제회담은 내년에 일본ㆍ에서 개최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