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고종 황제도 거액의 해외 비자금을 예치해 놓았었다는 내용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가 2008년 펴낸 한국학총서 <러시아인에 비친 조선> 가운데 상하이 주재 러시아 상무관 고이에르의 1910년 보고서에 따르면 "고종이 해외 체재 자금 마련을 위해 가명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예치했으나 인출에 애를 먹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덕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18일 공개한 고이에르 보고서엔 고종이 한일강제병합 직전인 1910년 6월 러시아로 망명하려 했고, 순종도 강제병합에 저항했던 사실을 담고 있다.
또한 고종이 한국을 일본 세력권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러·일 협정 체결에 반대한다는 뜻을 러시아 황제에게 사전 전달하려 했던 사실도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고종이 수상인 박제순과 간도관리사 이범윤, 함경도 의병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북쪽으로 도망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려고 한다고 전해왔다"고 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에르는 같은 달 중순께 자신을 찾아와 고종의 친서를 러시아 황제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한국군 대위 현상건과 애국계몽단체인 서북학회 간부 이갑에게 망명 계획을 들었다고 밝혀졌다.
고종은 또 친서를 통해 러시아 황제에게 "러시아가 한일합병에 동의하는 내용의 협정을 일본과 맺으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나는 이를 믿을 수 없으며 폐하께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