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가 26일부터 5일간 미국 출장 길에 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엔화 고공행진을 저지하기 위한 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6일 시라카와 총재가 27~28일(현지시간) 2일간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최한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시라카와 총재를 포함해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주요국 중앙은행 대표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신문은 시라카와 총재가 이번 심포지엄에서 버냉키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만나 금융 및 경제 정세와 금융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엔화 강세는 미국와 유럽의 경제 동향과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일본은행의 단독 개입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시라카와 총재의 미국행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25일 급격한 엔고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필요한 때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83엔대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른 위기감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당국의 낙관무드에 대한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쿄증시에서는 닛케이225 지수는 3일 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 심리적 지지선인 9000선이 붕괴했고 엔화는 달러당 84엔대로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다. 닛케이225 지수는 작년 9월 간 나오토 정부 출범 당시에 비해 15% 하락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구마가이 아키라 투자전략가는 “노다 재무상의 발언은 신선미가 없었다”며 “정부는 시장과의 대화에 미숙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는 일본은행과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 내 사정을 잘 아는 여러 관계자들은 “일본이 엔 매도 개입에 나선다고 해도 그것이 엔고 흐름을 바꾼다기 보다는 급격한 엔고를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하루에 엔이 몇 엔씩 움직일 경우에는 개입 조건이 성립되지만 미국, 유럽과의 공조개입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는 9월 6~7일에 잡혀있지만 시장 동향에 따라서는 시라카와 총재가 귀국하는 30일께 임시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상하고 있다.
한편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과 나오시마 마사유키 경제산업상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일 고위급 경제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따라서 일본 경제가 심각한 수준의 엔고와 주가 하락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유력 각료와 일본은행 총재가 잇따라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 부족이라는 비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