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하고 문화재 일부를 반환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해 한반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담화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간 총리로부터 직접 담화내용을 전해 듣고 “보다 강한 협력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단다.
담화 내용이 1995년 무라야마 담화보다는 진전된데다 과거 아시아 전체를 향한 사과 담화와 달리 한국만을 위한 첫 담화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간 총리의 담화는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중요하다. 간 총리의 사적인 견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작년까지 54년간 집권해온 자민당 등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담화 내용에 대한 반감이 거세다.
한 보수계 의원단체는 “국민이나 역사에 대한 중대한 배신”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간 총리를 매국노로 몰아가고 있다.
강경 보수계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11일 사설을 통해 “이번 담화는 간 총리의 일방적인 역사 인식으로 선조의 노력은 아랑곳없이 한국의 입장에서만 말했다”고 간 총리를 비난했다.
주요 인사들은 한국이 새로운 보상을 요구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이만하면 어떤 상황인지 그림이 그려진다.
우리는 냉정을 찾아야 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는 이야기다.
식민지배 동안 잃어버린 35년과 독도 영유권 문제,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이 갑작스럽게 해결되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간 총리는 이번 담화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청구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한국에 대한 3억달러의 무상공여와 2억달러의 정부차관을 약속한 1965년 한일조약으로 대일 청구권이 깨끗하게 매듭지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식민시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도 6만점에 달한다. ‘조선왕조의궤’는 단지 생색내기용일 뿐 일본이 나머지 문화재들을 순순히 내어줄 리 만무하다.
이번 담화가 경제ㆍ문화ㆍ인적교류 등 향후 한일관계 발전에 탄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바라던 사과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실질적 보상도 없이 말 한마디에 들뜬다면 너무 초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