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CNN방송의 일요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미 경제의 회복양상이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경우 역효과를 낼 위험이 있다면서 부양책 대신 오히려 재정적자 축소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루빈의 이러한 입장은 공교롭게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경기부양책 시행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최근 사임의사를 밝힌 것과 맞물려 앞으로 오바마 경제팀의 정책운용 방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루빈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상속세 도입,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 등을 제시했다.
그는 "상속세 부과와 고소득층의 세금 인상은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다"면서 "대신 중산층에 대한 감세조치는 당분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빈은 미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실업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 방안에 관한 질문에 "클린턴 행정부의 재임 8년간 2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그때와 비교해 지금의 미국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해 단기간에 고용이 크게 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 경제팀의 핵심인사들을 `루빈 사단'이라고 부를 정도로 루빈 장관은 현 정권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폴 오닐도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기업이 수요부진을 우려해 인력과 설비를 확충하지 않고 있지만 미 경제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으며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부양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뉴욕소재 사모펀드의 블랙스톤의 고문으로 있는 오닐은 "오바마 대통령이 부가가치세 도입과 같은 세제 전반의 개혁을 통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