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의 폭염과 가뭄으로 밀을 포함한 곡물 가격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기업과 가계는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정부는 5일(현지시간) 극심한 더위와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는 15일부터 연말까지 곡물수출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드 푸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회의를 열고 “폭염과 가뭄의 영향이 나오고 있어 곡물 수출금지 조치는 타당하다”며 “수출을 금지하는 정령에 서명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2000만t의 곡물재고가 있어 이를 방출하면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막상 자국내에서 가격 급등이 가시화하자 수출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푸틴 총리는 자국내 시장 안정을 위해 곡물재고를 입찰없이 방출한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농업종사자에게 100억루블을 직접 지급하는 한편 250억루블을 저리 융자해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130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중부와 남부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이미 비상사태를 선언한 상태다. 정부는 올해 곡물 수확량 예상치도 전년 대비 26% 감소한 약 7000만t으로 하향 조정했고 올해 수출량도 당초 전년과 같은 수준인 2150만t으로 예상했지만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곡물 수출금지 제한조치에 따른 수급압박 우려로 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9월 인도분 밀 가격은 거래소가 정한 1일 최대 변동폭인 60센트(8.3%)가 올라 부셸당 7.8575달러를 기록해 한때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29일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밀 선물 가격은 수요 증가 기대로 지난 6월 기록했던 9개월래 최저치에서 85%나 급등했다.
밀 뿐 아니라 9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은 6.2% 상승한 부셸당 4.25달러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격 급등세는 다른 곡물로도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밀을 포함해 보리 호밀 옥수수등 곡물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러시아 수입에 의존해오던 이집트 등 중동 지역에서는 식량부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식량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제분업계와 사료업계, 식용유 메이커 등 곡물을 주요원료로 하는 기업들도 비상이다. 밀이나 옥수수 대두는 축산사료로 대체되기 때문에 가격연동이 쉽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침체와 디플레 추세를 감안해 비용을 제품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상황.
사료가격이 상승할 경우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생산비용도 오른다. 당장 한끼 식사비용도 오를 수 밖에 없다.
농산물 및 상품 정보제공업체인 텔벤트 DTN의 다린 뉴섬 애널리스트는 곡물가격이 계속 치솟을 경우 8월말이나 9월초까지 빵값은 30%, 피자값은 10%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3달러짜리 빵은 90센트, 14달러짜리 피자는 1.40달러 오르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시장동향을 고려할 때 곡물가격 급등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도쿄 소재 곡물유통업체인 유니팩그레인의 지노 노부유키 사장은 “미국에서는 옥수수나 밀이 풍작이기 때문에 가을부터는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곡물이사회(IGC)는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러시아에서 밀 수출이 크게 감소해도 미국 등지의 증산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