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멀고도 험한 통합의 길

입력 2010-08-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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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요전기ㆍ파나소닉전공 완전자회사화 선언.. 각자 독립성 강해 통합에 진통

일본 파나소닉이 새로운 개혁과 함께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주 자회사인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공의 완전 자회사를 선언했지만 이들 기업의 독립 성향이 강한 탓에 통합이 예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따로 또 같이’는 커녕 ‘따로 국밥’ 신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쓰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가운데)과 사노 세이이치로 산요전기 사장, 나가에 슈사쿠 파나소닉전공 사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나소닉은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공을 완전자회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블룸버그

지난 29일 파나소닉은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공을 주식공개매입(TOB)를 통해 완전 자회사화한다고 발표했다. 양사의 주식취득액은 최대 8184억엔으로 2011년 4월까지 자회사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오쓰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3사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국제 경쟁에서 싸우는 것은 치명적”이라며 “이들을 통합해 차량용 2차 배터리와 태양전지판, 에너지 절약 빌딩 등의 사업에서 핵심 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파나소닉은 향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해외 판매 및 생산 시설 통합, 파나소닉 공장에서 산요제품을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산요전기가 지나친 독립성으로 모회사인 파나소닉과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1947년 창업주의 처남인 고 이우에 도시오가 세운 산요전기는 엄연한 상장기업으로 지난해 파나소닉에 지분 50.05%를 넘긴 뒤에도 독자 브랜드를 유지해온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세계화와 함께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 창업주인 고 마쓰시타 고노스케와도 결별을 강행했다.

회사명을 마쓰시타전기산업에서 파나소닉으로 통일하면서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친숙했던 ‘나쇼날(NATIONAL)’ 브랜드도 과감하게 정리했다. 산요전기 역시 통합과 함께 역사의 한 켠으로 사라질 것이 뻔한 상황이다.

파나소닉의 고민도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2차 배터리 등 재생가능 에너지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 전자는 거액의 투자를 강행하며 LCD TV 같은 분야에서 파나소닉과 산요를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파나소닉이 3사 통합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몸집이 클수록 의사결정이 더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히타치제작소도 올해 2566억엔을 투자해 산하의 5개사를 완전 자회사화한 바 있다.

파나소닉은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공의 TOB를 마치는 대로 15개월 후인 2012년 1월까지 3사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3사는 각각 ‘컨슈머’ ‘솔루션’ ‘컴포넌트와 디바이스’ 3개 사업으로 재편된다.

그러나 통합과 함께 오랜 전통을 지켜온 브랜드가 사라져야 한다는 데 대한 이견도 적지 않다.

바클레이스 캐피털 증권의 후지모리 유지 애널리스트는 “파나소닉은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을 자사의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며 “이는 업계 재편에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요는 리튬이온배터리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태양전지판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파나소닉전공은 조명기구, 센서 등의 제조 외에 주택 및 사무실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주요설비 부문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LCD TV 매출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3사 모두 회계 2010년 1분기(4~6월)에 흑자전환해 선전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오쓰키 전무는 “산요는 그 동안 모회사와 주주들 사이에서 눈치를 봤지만 파나소닉에 통합됨으로써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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