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작가들이 전자책 업체와 직접 신작 출시 계약을 맺어 중간 역할을 해온 출판사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첫 테이프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끊었다.
무라카미는 최근 자신의 최신 장편소설 ‘노래하는 고래’를 애플사의 다기능 단말기 ‘아이패드'용 전자책으로 먼저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인 로커 베이비즈’와 ‘인 더 미소스프’를 비롯해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을 출판사를 통해 선보인 것과 다른 행보다.
‘노래하는 고래’는 일본 대형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가 발행하는 문예지 ‘군조(群像)’에 지난 3월호까지 연재한 장편 모험소설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노래하는 고래’의 전자책 버전에는 소설 내용과 함께 줄거리의 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는 영상과 음악도 곁들여질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은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일본 안팎에서 널리 알려진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가 맡기로 했다.
다운로드당 가격은 1500엔. 독자들은 애플의 허가가 떨어지는 대로 아이패드에서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무라카미의 행보는 출판업계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해 과도기에 처해있음을 상징하는 일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석했다.
기존 전자책 추세가 이미 출판된 작품을 전자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신작들이 전자책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예전과 다른 점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미스터리의 거장 스티븐 킹은 지난 4월 신작 ‘Blockade Billy’의 양장본을 미국과 캐나다 출시보다 한 달 앞서 전자책으로 선보였다.
지난 2월에는 단편소설 ‘UR’을 미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최신 버전 출시 시기에 맞춰 독점 공개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거물급 작가의 유명세에 힘입어 전자책 부문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아마존은 ‘성공하는 7가지 습관’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 코비의 베스트셀러 2개 작품을 1년간 전자책으로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문제는 무라카미의 경우처럼 신작을 전자책으로만 우선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출판 과정에서 중간 역할을 해온 출판사를 완전히 배제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판사의 역할이 없어지면 이론상 작가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인세를 손에 넣는 반면 출판사는 그야말로 밥줄이 끊긴다.
‘노래하는 고래’를 연재해온 고단샤는 이 작품을 양장본으로 출판하는 방안을 놓고 무라카미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카미는 전자책 출시에 드는 소프트웨어 개발비는 5000회 내려받기 정도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의 30%는 애플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무라카미와 사카모토, 소프트웨어 업체 3자가 나눠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