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선진지수로 불리는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이 무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한국 국고채의 씨티그룹 글로벌국채지수 편입은 여전히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씨티는 한국 정부가 6월에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내놓았다 점을 문제 삼았다.
애초 WGBI 지수 편입은 1, 2분기엔 확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며 일각에선 ‘너무 우려 먹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처음으로 한국채의 WGBI 편입을 안건으로 올린 씨티는 이후 지난해 10월과 올 1월 및 3월 회의에서도 유보를 결정했다.
씨티의 WGBI 편입국 조정위원회가 분기별로 열리는 만큼 오는 9월이나 되어야 재논의가 가능하다.
게다가 위원회의 편입 추천 후 3개월 동안 편입기준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 이 시기가 끝나는 시점부터 1분기가 지난 시점에서야 편입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내 편입은 무산된 셈이다.
WGBI 지수 편입요건을 대부분 충족된 상태다.
WGBI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씨티그룹측은 그동안 ▲국채통합계좌 사용 ▲국채투자시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 원천면세 ▲원화자금 대출 등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후 한국예탁결제원이 국제예탁결제기구인 클리어스트림, 유로클리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외국인들의 국채통합계좌 활용이 가능해졌고 세금 원천면세는 물론 원화자금 대출도 일부 가능해졌다. 신용등급 역시 이미 충족한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부터 WGBI 편입을 자신했던 데에는 바로 모든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국채통합계좌 활용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을 WGBI 지수에 편입시키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표면상의 이유 외에 실질적인 이유는 또 있다.
국내 채권 거래의 경우엔 기관 중심의 매매가 주를 이루고 있어 거래 단위가 100억, 또는 최소 10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길 원하고 있는 상황이고, 장기 채권을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경우 헤지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도 부담 요인이다.
국고채3년 선물을 제외한 여타 선물들이 거래량이 전무해 시장이 완전히 사장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로 인해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데 있다.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사실 200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채권보유비중 0.5%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급증세를 보이면서 2008년 5월말 채권보유비중이 6.4%까지 높아지더니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감소세를 보인 후 2009년 5월부터는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보유잔액 사상 최고치 경신 기록을 세우며 달리고 있다.
지난달엔 사상 최초로 7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0년중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이 15조~33조원까지 유입될 수 있고 채권보유잔액으로는 71조~89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씨티측도 감안했다는 것.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너무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장기채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가 당분간 강하겠지만 조금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약해진 것이 이번 WGBI 편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