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아동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가 시작되는 가운데 투여 약물이 모두 다국적제약사 제품이어서 국내 대체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아동에 대한 상습 성폭력 범죄자뿐 아니라 초범자도 화학적 거세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일명 화학적 거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7월부터는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이 모두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이라는 점이다. 화학적 거세에 사용될 의약품으로 외국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약물은 남성호르몬 차단제로 대략 3종이다.
주사제로는 한국애보트의 루크린데포주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졸라덱스테포주사가 있고 먹는 약으로는 바이엘코리아의 안드로쿨이 있다. 이들 제품은 주로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들이다.
성욕을 담당하는 뇌하수체가 황체호르몬(LH)을 분비하게 하고 그 결과 고환에서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는데 전립선암 치료제는 암세포를 빠르게 자라게 하는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1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모두 500여명이며, 이 가운데 20%인 100여명이 성도착증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에 대한 1인당 연간 약값과 성도착증 감정비, 심리치료비, 출소자 관리ㆍ감독을 위한 보호관찰관 증원 비용 등을 계산하면 법 시행 첫해 약 9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형기 종료 뒤 최장 1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이 최대 80억원까지 소요된다.
현재 한국애보트의 루크린데포주는 43만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졸라덱스테포주사는 24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1인당 연 600만원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애보트사의 루크린데포주사가 쓰이고 있어서 이 약이 가장 유력하고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마땅한 국내 제품이 없어 대체제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