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차세대 전산 망 구축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면서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었던 제2금융권 기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특히, 저축은행들의 차세대 전산 망 시스템 구축 바람이 거세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솔로몬, 신라상호, 제일, 토마토저축은행 등에 이어 현대스위스와 프라임저축은행 역시 프로젝트 준비에 나서는 등 저축은행업계가 차세대 전산 망 구축 사업으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기존 시스템의 노후화와 함께 상품 개발 적시성 부족, 유지보수 관리 어려움, 패키지 한계 등에 봉착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 카드를 빼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금융정보시스템(IFIS)을 이용하는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독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저축은행은 104개 중, 65개 기관이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저축은행중앙회의 IFIS를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39개 기관은 독자 정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솔로몬·제일·신라상호 세 개 저축은행이 차세대 시스템을 한창 구축 중이며, 현대스위스·프라임저축은행 두 군데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모두 자산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이다.
한창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 중인 솔로몬저축은행은 SK C&C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개발을 진행 중이며, 내년 2월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최근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계열 저축은행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은 약 200억원 규모다. 프라임저축은행 역시 약 200억원 규모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현재 진행중이다. 한국IBM을 사업자로 선정, 이달 ISP 컨설팅에 착수했다.
상위권 저축은행들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 대열에 적극 합류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상품 개발의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본시장법 실시로 신규 금융상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하는 것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시중은행들의 경우 신상품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적게는 평균 7일에서 많게는 14일 정도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적게는 1∼2개월, 많게는 3개월까지 걸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상품 출시 기간이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면, 두배 이상의 차이로 경쟁력이 뒤쳐진다”면서 “신속한 금융상품 출시역량을 갖추는 것과 함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캐피털업계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 열풍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대형 캐피털 업체인 롯데캐피털과 두산캐피털이 각각 약 2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중대형 캐피털 업체들이 잇따라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장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곳은 하나캐피털이다. 하나캐피털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대우정보시스템, 동양시스템즈, SK C&C를 평가해 최근 대우정보시스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나캐피털은 이달 말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캐피털 업체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보통 리스, 할부금융, 기업대출, 개인대출, 투자, 렌탈 업무를 지원하는 계정계시스템과 데이터웨어하우스(DW) 등 정보계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일부 기업의 경우 자산부채관리(ALM) 등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도 병행 추진된다. 사업규모는 약 80~120억원 정도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 등 대형 금융사의 IT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저축은행과 캐피털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금융IT 시장에서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축은행과 캐피털이 하반기에 발주할 차세대시스템 구축 규모만도 약 7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