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콜 사태가 과징급 납부 등으로 일단락되면서 잠잠했던 도요타자동차의 신뢰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요타는 19일 자사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중에서도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렉서스 LS시리즈 4개 차종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
리콜 차종은 지난해 가을부터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종 ‘LS600Hl’과 ‘LS600h’, 가솔린 차종 ‘LS460’, ‘LS460L’로 리콜된 차량은 일본에서 판매된 4500대다. 그러나 도요타는 조만간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판매한 1만1500대에 대해서도 리콜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전세계에서 800만대 가량을 리콜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대규모 리콜 사태의 충격이 간신히 수그러든 만큼 새로운 리콜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결함이 발견된 부분은 핸들 조작을 제어하는 기어가변스티어링시스템(VGRS)이다.
VGRS는 핸들 조작에 따른 타이어의 방향 각도를 차량운행 속도에 맞춰 자동적으로 변화시켜 주는 전자제어장치로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장치다.
하지만 문제의 4개 차종에서는 핸들을 90도 꺾은 상태에서도 차량이 수초간 직진한다는 불만이 잇달아 제기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접수된 관련 소비자 불만건수만 12건에 달한다.
VGRS는 도요타가 벤츠 등 유럽의 고급 브랜드에 대항마로 도입한 것 중 하나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도요타는 이번 문제는 통상의 운전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잇따른 이상 신뢰 회복 중인만큼 리콜 이외의 선택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의 리콜 이후 출하 전 검사항목을 대폭 늘리는 등 ‘카이젠(改善)’에 총력을 기울였다.
카이젠은 무한경쟁의 글로벌 산업계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 품질은 물론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하자는 도요타의 경영이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의 리콜 결정에 대해 “자동차가 하이테크화하면서 기존 기술과 기능 수준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상태가 일어난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는 또 “도요타의 장기인 카이젠은 제조현장의 기술자의 경험과 감으로 불편을 수정해 온 부분이 컸다”며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생산단계에서는 발견하기가 어려워 제조현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도요타의 비법이 통용되지 않게 됐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대량 리콜 사태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3월 ‘글로벌 품질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켜 품질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간판 차종인 프리우스에 이은 렉서스의 결함 문제로 새로운 품질관리 체계가 요구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한편 도요타는 18일 가속 페달 결함 차량에 대한 리콜 지연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합의한 1640만달러의 벌금을 납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