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안내해 준 한 기업의 주재원은 "이곳에서 네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라며 "이는 새로운 길과 건물이 금방 생겨나서 매일 업데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의 변화된 모습을 실감케 하는 얘기였다.
이처럼 변화된 상하이 거리 곳곳에는 159년 엑스포 역사상 최대 규모인 상하이 세계박람회(EXPO)를 알리는 현수막과 조형물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엑스포 주제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생활'(Better City, Better Life)을 적은 광고판과 '바다의 보물'이라는 뜻의 대형 마스코트 '하이바오'(海寶)가 행사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질서를 지키자'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서 공안들도 자주 눈에 띄었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이날 최정 점검을 위해 엑스포 전시관 70% 가량이 처음으로 공개됐기 때문인지 희뿌연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황푸(黃浦)강을 사이에 두고 푸동과 푸시에 마련된 행사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열기로 벌써부터 상하이는 들썩이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상하이 시민 초이씨는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매우 흥분되는 한편 자랑스럽다"면서 "엑스포를 통해 중국의 강대함을 세계에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엑스포는 오는 30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정상 20여명이 참석하는 전야제를 겸한 개막식에 이어 다음달 1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184일간 열리게 된다.
황푸강을 따라 위치한 42개 국가관을 비롯해 참가국 192개(50개 국제기구 포함),관람객 7000만명이란 규모는 5년마다 열리는 세계박람회기구(BIE) 등록 엑스포중 최대 규모다. 조직위는 상하이엑스포의 경제 효과만 해도 중국 총생산(GDP)의 2%(1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직접적인 소비 유발 효과도 20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6년 동안 총 300억 위안(5조원)을 들여 엑스포 주변에 110㎞에 달하는 39개 도로를 새로 놓고 수로터널을 17개로, 지하철 노선은 2002년 3개에서 12개로 늘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12개 한국 기업이 공동으로 만든 한국기업연합관도 이날 첫 선을 보였다. 국내 기업이 엑스포에 기업관 형태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터치 스크린 등 현대적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컨셉트의 기업 이미지, 미래지향적 삶과 과학 등의 콘텐츠를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이는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자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중국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한국기업연합관을 구성한 것은 엑스포에서 기업관이 국가관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데서 벗어나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들의 홍보 경영장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중국 공안 당국은 공항·기차역 등 주요 지역에 무장경찰 수 만명을 배치하는 한편 상하이 지하철에서는 폭발물 탐지견을 앞세운 검색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톨게이트에서는 상하이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에 대해 여권검사에 나서는 등 보안·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국내 한 대기업 상하이 주재원은 "상하이로 통하는 모든 곳에서 검문검색이 강화됐다"면서 "하지만 상하이 시민들과 외국 주재원 등은 이번 축제에 적극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불편함을 특별히 호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이번 상하이엑스포에서 넘치는 인파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해 하루 관람객 수를 60만명으로 제안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