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도매재고·판매 지표 호조로 강세 마감한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0.34% 오른 1730선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위안화 절상 전망과 함께 1년7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지고 외국인이 수출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는 20포인트 가량 수직 하강했다.
개인을 중심으로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몇차례 낙폭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대비 14.17p(0.82%) 내린 1710.30p로 거래를 마치며 1710선을 간신히 사수했다.
장마감 기준 1028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하며 22거래일만에 '팔자'로 돌아서는 듯했던 외국인은 현대차, 삼성전자 등의 시간외 대량거래를 통해 373억원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기관은 467억원 순매도에서 1850억원 순매도로 매도규모를 늘렸다. 개인은 933억원 순매수로 최종 집계됐다.
KSP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540계약 매도우위를 보인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 매수(+467억원)를 포함해 14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환율은 중국 위안화 절상시 원화도 연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19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당국의 개입 경계감으로 인해 하락이 제한되기는 했으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대비 4.10원 내린 1114.10원에 마감, 2008년 9월1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은 혼조세를 연출했다.
그리스 불확실성 완화에 힘입어 일본 닛케이지수가 0.42% 오른 반면 오름세를 타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부동산 규제 강화 우려로 0.51% 하락했다. 항셍지수가 0.32% 내렸고 가권지수는 0.32% 올랐다.
수출株 약세 주도 vs 내수株 견조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자 수출주들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면서 IT, 자동차 중심의 대형 수출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IT, 자동차주들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그간 매수에 공을 들여온 업종이어서 이들 대표 수출주들의 급락은 시장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삼성전자가 3.04% 급락한 것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3.63%), 삼성SDI(-5.61%), 하이닉스(-3.93%), 삼성전기(-5.43%), LG이노텍(-6.41%), LG전자(-1.26%) 등의 대형 IT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원화강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동차주들 역시 하락압력이 컸다. 기아차가 7.22% 폭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6.72%), 쌍용차(-7.86%), 현대모비스(-2.55%), 세종공업(-4.87%), 한라공조(-3.10%), 한국타이어(-4.04%), 평화정공(-4.56%), 화신(-6.08%), 한일이화(-5.15%), 성우하이텍(-5.52%) 등의 자동차 관련주들이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그밖에 LG화학(-2.54%), SK텔레콤(-1.42%) 등이 내렸고 환율 하락수혜주인 한국전력(1.68%)과 신한지주(2.37%), KB금융(2.49%), 우리금융(3.60%), 하나금융지주(2.95%) 등의 내수주들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아 환율하락시 수혜를 보게되는 음식료주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팜스코가 8.12% 급등한 것을 비롯해 CJ제일제당(3.79%), 빙그레(3.24%), 크라운제과(3.06%), 삼양사(1.54%), 하이트맥주(1.43%), 오리온(1.39%), 진로(1.12%), 샘표식품(0.80%), 롯데칠성(0.47%), 대상(0.24%) 등의 식료품주들이 지수를 거슬러 올랐다.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철회해 불확실성 우려를 덜게된 동국제강이 13.33% 급등했고, 대한해운(6.00%), STX팬오션(3.88%), 한진해운(1.66%), 한진중공업(5.22%), STX조선해양(2.90%), 현대중공업(2.16%), 대우조선해양(1.79%) 등의 해운·조선주들이 환율 하락 수혜 기대로 오름세를 탔다.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구제역 테마주들이 대안주로 부각되며 무더기 급등했다.
파루, 이-글 벳, 제일바이오, 신라수산, 중앙백신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대한뉴팜(8.95%), 씨티씨바이오(6.85%), 알앤엘바이오(6.71%), 대국(5.03%), 동원수산(5.71%) 등의 구제역 관련주들이 큰폭 상승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해 원전 세일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로 모건코리아(9.30%), 한전기술(7.14%), 한전KPS(2.79%), 우리기술(3.56%), 비에이치아이(2.17%), 보성파워텍(1.17%), 케이아이씨(1.96%) 등의 원전 테마주들도 모처럼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전기가스(1.33%)와 금융(1.17%), 음식료품(0.93%), 운수창고(0.39%)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내린 가운데, 전기전자(-3.19%)와 운수장비(-2.87%), 의료정밀(-2.10%) 등의 낙폭이 컸다.
액티투오, 에스씨디, 에듀패스 등의 횡령 관련주들은 일제히 하한가에 진입하며 사흘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추락하는 환율..속도가 문제
환율이 하락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국내증시가 움찔했다.
원/달러 환율만의 문제라면 당국의 개입을 의식해 전저점이 붕괴되지는 않았겠지만, 위안화 절상 문제가 결부되면서 높아지는 달러화가치의 하락압력을 감당해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의 과도한 하락은 수출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하락은 수출기업들의 수출이 활성화돼 달러화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고,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때문이기도 하다.
수급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원화) 국내주식을 많이 매수하느라 달러를 매도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많이 매수했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 샀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낮은(열악한) 환율 여건하에서도 대표 수출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향후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환율 하락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환율의 하락 속도가 시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증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주도주들은 대략 20일선 부근에 걸친 채 마감, 향후 증시의 방향성을 지켜본 후 진로를 결정하려는 모습들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주도주들이 20일선 또는 기준선에서 돌아선다면 IT, 자동차 섹터의 실적주들에 대해 '조정시 매수' 전략을 견지함이 타당하다.
반면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더불어 빠른 주가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위험관리 수위를 높여야 한다.
최근 이틀간 외국인들은 무작정 주식을 매수하지만 않고 차익실현을 병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종목들의 신규매수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적주라 하더라도 실적호전을 선반영해온 급등주들의 경우 외국인 매도 종목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차익실현을 검토하는 등 완급 조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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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제공 : 슈어넷(www.sure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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