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 대부분이 마무리됐다. 올해 주총에선 회사와 주주간 충돌은 물론 표 대결 같은 급박한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경영 투명성'을 대표하던 사외이사가 대폭 물갈이 되거나 줄어들면서 오너경영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이번 주총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2명의 후임으로 이인호 신한은행 고문 1명만 추가로 선임해 기존 5명이던 사회이사 수를 4명으로 줄였다.
LG디스플레이도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구성수를 최고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사외이사도 기존 5명에서 4명으로 변경했다.포스코는 9명이던 사외이사를 8명으로 줄였으며 SK에너지도 사외이사수를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
재계는 올해 대기업들이 '스피드 경영'을 내세우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입지를 확고히 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이사회 운영을 효율화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외이사 규모가 작아지면서 오너를 중심으로 한 등기임원에 힘이 실리면서 오너경영체제가 공고해진다는 지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외이사 감소"라며 "이는 대주주(오너) 지배 체제를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도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산업구조 재편이 이뤄지면서 경영환경 역시 급변해 오너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외이사가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새로 교체되면서 오너경영체제를 강화한 곳도 있다.
한진해운홀딩스는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로 양현재단 김찬길 전 이사를 선임했다. 김 전 이사는 한진해운 사장을 지냈으며 양현재단도 한진해운이 출연한 공익법인으로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9.9% 보유한 특수관계인 관계다.
한편 사외이사도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다.노사 문제로 매년 홍역을 치뤄왔던 현대차는 노사관계 전문가인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LG생명과학은 식품의약품안정청장을 지낸 심창구 서울대 제약학과 교수를, 군 통신장비 납품 단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된 STX엔진은 회계전문가인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고위 관료출신도 여전히 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직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현대차는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KT는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을, ㈜두산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