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늦춰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28조원을 시장에 공급했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16조8000억원)과 총액한도대출 증액(3조5000억원), 통안증권 중도 환매(7000억원), 국고채 직매입(1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2조1000억원), 은행자본확충펀드 지원(3조3000억원), 예금지급준비금 이자 지급(5000억원) 등과 같은 방법이 동원됐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부터는 외국으로부터 대량의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재정 불안 탓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을 앞둔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주식은 3조5000억원에 달했고,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국내 채권은 4조5000억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협의통화(M1) 평균 잔액은 1년 전보다 15.0% 늘어난 38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M1에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을 비롯해 양도성 예금증서(CD) 등 시장형 상품과 기타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1년 전보다 9.3% 늘어난 1천57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세는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유동성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추세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나면서 한은도 유동성 회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일단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공급한 28조원 가운데 환매조건부채권 매입분 전액인 16조8000억원과 채안펀드 지원액 3000억원 등 총 17조1000억원을 이미 회수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말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전에 총액한도대출 한도와 자본확충펀드, 채안펀드 지원액 등 유동성 회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만기가 2011년 말이어서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자본확충펀드의 경우 한은이 대출금액과 기간을 변경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자본확충펀드가 매입한 후순위채 5000억원 중 2000억원을 시장에 매각해 한은 차입금을 갚기로 한 만큼 자본확충펀드 지원액의 규모는 3조1천억원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총액한도대출 한도 축소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은행이 6월 첫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이달 중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1조원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SK증권은 "총액대출의 첫 번째 감액분은 키코 거래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1조원이어서 아직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액한도대출 한도 10조원 중 2조원이 투입된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신속지원 프로그램) 특별지원금은 올해 상반기가 지나야 종료된다.
한은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경우 후순위채만 매각하려고 했는데 매각이 잘되지 않아서 고민 중"이라며 "2분기 총액한도대출 한도는 이번 주에 결정되지만,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돼 있어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