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현대그룹, 현대家 본류 자긍심…명가 재건 '꿈'

입력 2010-03-15 09:19 수정 2010-03-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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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지분 취약… 주력 계열사 적대적 M&A 먹잇감 노출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에게 있어 2010년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8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성사시키며 금강산 관광의 불씨를 살려놨지만, 여전히 재개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또 올 하반기 중에는 현대건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인수는 현 회장이 취임이후부터 줄곧 당위성을 역설하며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상선은 경영권 다툼에 노출돼 있다. 시동생인 현대중공업 측이 최근 해운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현대상선 인수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 엘리베이터·상선·택배 3각 출자구도

현대그룹은 모두 1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산운용, 현대투자네트워크, 현대유엔아이, 동해해운, 해영선박, 현대코스코로지스틱스 등이다. 이중 상장회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3개사다.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현대택배를 중심축으로 한 3각 출자구도로 돼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20.6%를 보유하면서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택배(37.31%)를 비롯해 현대아산(58.21%), 현대경제연구원(35.35%), 현대증권(23.17%), 해영선박(80%), 동해해운(51.0%) 등 현정은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유엔아이(22.73%)와 합작회사인 현대코스코로지스틱스(10%) 등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다시 현대택배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9%를 소유함으로써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의 출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매출규모면에서는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이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

현대그룹의 2009년 기준 총매출 추정치는 약 11조원정도. 이중 현대상선이 6조1150억원, 현대증권이 2조9000억원(추정치)을 자치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엘리베이터 8000억원, 현대택배 7000억원(추정치) 정도다.

현정은 회장이 그룹의 오너이기는 하지만 계열사 지분이 적어 그룹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현 회장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92%을 비롯해 현대증권 0.08%, 현대택배 12.61%, 현대상선 1.5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 회장은 현대택배의 2대주주로 지분 25.44%를 갖고 있는 현대유엔아이의 지분 68%를 보유함으로써 현 회장 개인이 갖고 있는 지분 12.61%를 더해 현대택배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계열사간 지분구조도 불안하다.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20.6%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현대상선 지분 22.14%를 갖고 있다.

단순하게 놓고 보면 언제든지 현대중공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를 통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은 지난 2006년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놓고 시비가 붙은 적이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최근 해운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업계에서 현대상선 인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대그룹 측도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 주식 200만주를 지난 1월 취득한 바 있다. 또 현 회장 개인도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현대투자네트워크 지분을 현대유엔아이로부터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경영권 그룹 장악력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중단된 대북관광 재개가 부담

하지만 현대그룹의 상징적인 사업은 현대아산의 금강산, 개성관광 사업이다. 현대아산은 매년 적자를 보면서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업인 대북관광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관광사업이 중단된 후 20개월째 답보상태에 있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8월 북한을 방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관광사업 재개를 위한 확답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결의 열쇠가 남북 당국자 회담으로 넘어갔지만 양측은 지난 2월 한차례 실무회담을 열고 서로 의견차만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지난 4일에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긴급 담화를 발표, 금강산·개성관광 협상 결렬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고 최악의 경우 관광사업과 관련된 모든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이 현대아산의 경영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금강산 및 개성관광 중단에 따른 매출손실은 258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300억원이 넘는다.

현대아산 임직원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의 5~15%를 반납하고 관광사업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 현대건설 인수에 주력

현대그룹의 또 다른 숙원목표인 현대건설 인수전도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2010년 최우선 과제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와 함께 현대건설 인수를 선정할 만큼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이를 통해 현대가의 적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또 현대건설을 인수함으로써 그룹의 강력한 신성장동력을 확보, 명가 재건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중도 깔려 있다.

하지만 올해 현대건설이 M&A 시장에 나올지는 불분명하다. 하이닉스, 대우건설 등 대형 M&A 추진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설령 매물로 나온다 하더라도 현대그룹이 인수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년 만에 시공능력 1위를 탈환했고,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돌파했다. 또 단군 이래 최대 해외사업 수주라는 UAE 원전공사에서도 건설부문 주간사로 참여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입증받았다.

반면, 현대그룹은 지난 2008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지만, 지난해에는 해운업황 악화로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을 감안할 경우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의 자산규모 등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다.

현대그룹이 올해 여러 악재들을 털고 현정은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승풍파랑(承風破浪,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의 한 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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