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 출신의 인사들이 금융회사의 주요 요직을 차지해 '낙하산 인사' 관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해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신임 이사나 사외이사, 감사 등의 요직에 거래처 대기업 출신 인사나 관련 업종에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인사들을 영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제출한 기업들 중 이들 경우에 해당하는 주요 상장사로는 크린앤사이언스와 모빌리언스, 하나마이크론, 크리스탈지노믹스, 삼화네트웍스, 씨앤에스, 대아티아이, 에이디피엔지니어링 등이 포함됐다.
이들 상장사들의 사업 분야를 살펴보면 코스닥시장에 상당수를 차지하는 반도체 관련 장비 업체와 자동차 전자장비, 방송, 통신, LCD 장비, 의약, 생활가전(에어컨 필터) 등 그 범위도 상당했다.
또한 이들 회사에서 신규 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영입하려는 인사들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해당 회사가 전문으로 하는 사업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린앤사이언스는 지난 4일 주주총회소집결의 안건으로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 상무 출신의 심수철씨를 신규 사외이사 선임 대상자로 올렸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에는 에어컨도 포함돼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황사 관련주로 알려져 있는 크린앤사이언스는 자동차용 산업용 여과지 전문생산업체로 멜트 브라운 공조용 부직포, 멤브라인 및 대형상용 차량의 에어필터, 연료필터, 산업용 여과소재 등을 제조 및 외주생산하고 있다.
모빌리언스는 지난 3일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에서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신규 사외이사 선임 대상자에 KT 기획조정실장과 KTH 사장을 역임했던 송영한씨를 인선했다.
모빌리언스는 온라인상에서 컨텐츠를 구매할 경우에 유무선 전화를 이용해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결제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자지불업체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KT, SK브로드밴드, 온세통신, 데이콤 등의 기간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수이다.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조립 및 TEST를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패키징 업체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주요 거래처이며 지난 2005년부터는 일본, 미국, 대만을 중심으로 시스템 인 패키지(System in Package)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 5일 주주총회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신규 감사선임을 포함시켰으며, 그 대상자로 삼성전자 LCD총괄 IT디스플레이센터장 및 삼성코닝 BLU사업부장,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 출신의 이지섭씨를 후보로 내세웠다. 또한 이 회사의 최창호 대표를 비롯해 주요 임원 대다수가 삼성전자 출신이다.
토요타의 리콜사태 이후 차량용 반도체 제조 사업이 부각되며 코스닥시장에서 한 차례 돌풍을 일으킨 씨앤에스는 주문형반도체(ASIC), 모바일 TV, IP Telephony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소집결의에서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 부회장 출신의 김동진씨를 신규 이사 선임 대상자로 올렸다. 씨앤에스는 지난 1월에도 현대차와 64억원 규모의 비메모리 반도체 국산화 개발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2월초에는 현대모비스로의 피인수설에 급등키도 했으나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브라질의 고속철 수주 기대감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아티아이는 지난달 26일 서울도시철도공사 감사와 감사원 전략감사본부 과장, 한국전력공사 출신의 신준호시를 신규 감사 후보로 올렸으며, 방송프로그램 제작업체인 삼화네트웍스도 같은 날 신규 사외이사 선임 대상자로 KBS 미디어 사장 출신의 정태진씨를 선정했다.
LIG건영의 구본엽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이디피는 각종 TFT-LCD장비 제조 업체로, 지난 8일 신규 이사 후보로 현재 LG디스플레이 Panel Min Loss 담당 김진하 상무를 선택했고, 최근 슈퍼항생제 유럽 임상 1상을 진행중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현 한미약품 한창희 부사장을 신규 이사 후보로 올렸다. 크리스탈은 지난해 2월 한미약품과 표적항암제 공동개발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