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 컨소시엄인 TR아메리카가 최근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다시 나서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TR아메리카는 지난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구체적인 인수자금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사태의 원인 제공자로 꼽힌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막바지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TR아메리카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FI들이 흔들려 협상이 지연되면 워크아웃 추진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TR측은 또 대우건설 지분을 성공적으로 인수할 경우 TR컨소시엄이 보유한 60조원 규모의 국내외 건설 공사에 대우건설이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TR컨소시엄에는 미국 상업용부동산 전문 건설회사인 티시먼과 인도의 인프라 건설회사인 DSC그룹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채권단·대우건설 FI 미묘한 '입장차'
TR측의 제안에 대해 산업은행은 부정적인 반면 FI들은 인수조건 등에서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TR측이 제시한 방안이 기존 방안과 거의 동일하고 자금조달 능력에 여전히 의문이 있다며 현재 방식대로 대우건설을 인수할 사모펀드 조성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자체적으로는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변화가 있는 듯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며“채권단이 신뢰할 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FI들은 TR측이 제시한 방안이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TR이 산은의 1만8000원보다 비싼 2만원을 제시했기 때문에 FI로서는 TR측과의 협상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FI 관계자는“FI 입장에서는 투자한 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려는 것이 당연하다”며“신뢰할 만하고 더 많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FI로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FI가 이처럼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TR측과의 재협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만약 협상을 재개한다 해도 우선 TR측의 자금 확보 여부를 확인하고, 협상 실패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관계자는“TR은 작년에도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지연시키다 결국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빠지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며“재협상을 하려면 투자 확약서 제출이나 이행보증금 납부 등을 먼저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대우건설 FI와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TR과의 재협상은 금호그룹 구조조정 일정만 지연돼 결국 금호산업의 법정관리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일단 FI와의 협상을 마무리 짓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 산은, 내달까지 정상화 플랜 내놓을 것
산은은 TR측의 재협상 제시와 상관없이 이달 말까지 FI와의 대우건설 인수 협상을 마무리 짓고 내달부터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PEF 조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산은이 조성할 PEF에는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모두 포함되고 SI로는 STX그룹을 포함한 몇 개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TX그룹은 최근 해외에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해외건설 부문 강화를 위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대우건설 인수작업 시작과 함께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마스트플랜 등을 포함한 금호그룹 경영정상화 계획안을 늦어도 내달 말까지는 확정짓겠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FI 일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빠른시일내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달 부터는 대우건설 인수작업과 금호그룹 경영정상화 플랜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