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예방 접종후 이상 사례 보고가 늘어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종플루 백신 접종후 유산이 됐다며 한 부부가 녹십자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신종플루 부작용으로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 결과 등에 따라서 부작용과 관련 집단소송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지난 4일 신종플루 백신을 맞은 뒤 유산된 태아를 해당 병원에서 부검한 결과 융모양막염에 의한 '자궁내 감염'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됐다”며“의학적으로 백신 접종과 유산의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의 소송대리를 맡은 박윤원 변호사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보건당국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한 의학적 연구 데이터가 현재 없다“며 ”특히 임산부에 대한 투약은 필요한 경우에만 투약토록 한 지침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이씨 부부가 이번 소송을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이번을 계기로 백신 부작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일선 의료진이 임신부에 대한 백신 가이드라인을 제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종플루 백신 접종후 이상사례는 총 2350건이 보고됐다. 이중 임산부 관련 유산이나 사산 등 사례는 7건으로 집계됐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지난 28일 오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종플루 백신이 불활성화된 사백신이기 때문에 임산부나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치”라며 “때문에 만약에 걸려서 열이 많이 나서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 것보다는 예방접종 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백신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최근 외신은 미국(4명)과 홍콩(6명)에서 신종플루 백신 접종을 받은 임산부들이 유산해 인과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가장 최근인 지난 26일에는 경기도 일산의 한 개인병원에서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받은 11개월 남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임산부 한모씨(32)는“부작용 사례가 보고될 때마다 정부는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번처럼 평소 건강상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유산을 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역학조사의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부작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전혜숙 의원실 홍춘택 보좌관은“백신 부작용이 아니라고 피해 당사자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역학조사는 기간이 너무 짧고 조사인력의 전문성과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는 임산부 만이라도 안정성 조사를 심도있게 다시 진행해 그 기간에 판매정지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제조사인 녹십자를 상대로 부작용과 관련한 유사한 소송들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국민적인 관심이 뜨거운 이번 사건은 정부의 발표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집단소송에 휘말릴 경우 금전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 외에도 이미지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