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를 새로운 수출 전략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원전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은 국내 업체들의 해외 시장에서 잇따른 성과는 원전 수출 확대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400만 달러 규모의 UAE 원전을 수주하면서 원전 수출국의 대열에 올라 선 이후, 국내 건설사들은 UAE 2차 원전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여타 중동 국가들의 원전 발주가 기대되고 있으며, 인도와 중국 등에서 국내 업체들은 추가 원전 수주를 위해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 급성장하는 세계 원전 시장 선점
정부가 원전을 차세대 수출상품으로 육성하는 것은 향후 관련 시장의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기 이상, 적어도 700조 원 이상 규모의 원전 신규 건설이 진행될 전망이다.
700조원에 달하는 시장 중 우리나라가 10%만 확보해도 조선·자동차·반도체에 이어 원전이 수출 주력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총 26조원을 투입해 13기의 원전을 신규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주목받는 것은 최근 기후변화 협약과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청정 에너지로 원전의 매력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을 쌓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원전 선진국과 대등한 시장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원전은 고장에 대비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2기 단위로 발주되는데, 원전 2기 수출은 직접 수출 효과가 5조원에 달하고 고용창출 효과도 한해 5만5000명 수준"이라며 "쏘나타 자동차 16만대 수출 또는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20척을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 해외 건설 활성화의 핵심은 원전
관련 전문가들은 원전 수출은 기술력과 함께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금융지원까지 포함하는 대형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원전 관련 정책을 주요 부처와 기관이 전방위로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국가간 외교 지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UAE를 직접 방문해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나라의 원전 수주를 확정했다.
현재 인도를 방문 중이 이 대통령은 최근 인도 유력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원전 건설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원전 세일즈 외교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정부 부처에서는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등이 최근 올해 주요 정책으로 원전 수출 전략을 포함시켰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3일 '원자력발전 수출 산업화 전략'을 내놨다. 이 전략에는 2012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해 세계 신규 원전 건설 20%를 점유하고 3대 원전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국가별 맞춤전략을 통해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UAE처럼 턴키 발주가 가능한 국가는 정부간 협력을 통해 원전 플랜트를 수출하고, 원전 도입기반이 취약한 국가는 인력양성 등 인프라 구축 지원을 통해 한국형 원전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지경부의 복안이다.
이와 함께 노후 원전 시장 진출 계획도 세웠다. 지경부에서 추산하는 전 세계 노후 원전 운영 및 정비 시장 규모는 약 88조원.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경부는 한국전력에 원전수출 전담 상설조직을 신설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 등 원자력 공기업의 수출 지원조직도 보강하기로 했다.
특히 원전 수출의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형 원전을 프리미엄 원전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2017년까지 총 4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국토해양부 역시 지난 15일 '해외건설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원전 수출 지원에 나섰다. 국토부의 해외건설 활성화 대책은 2012년까지 연간 해외건설 수주 70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10대 해외건설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게 목표다.
이 대책에는 중동 플랜트 건설과 함께 우리 신도시 개발경험을 기반으로 해외도시 개발 사업과 KTX 운영 경험을 토대로 브라질 고속철도 등 해외 철도 건설사업을 중점 진출분야로 설정해,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원전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정부간 협의 채널(경제공동위, 한국-아프리카 경제개발개발협력 협의체(KOAFEC) 등)을 통해 포괄적 패키지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또 주요 발주처인 외국공무원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인적자원 DB'를 구축하고, 이들을 위한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코트라도 해외 원전 수주 가능지역의 지원에 나선 상태다.코트라는 지난 25일 UAE 토후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 정부에 상주직원을 파견해 경제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이번 직원 파견으로 국내기업의 현지진출은 물론, 건설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 기자재 납품, 중동자본 투자유치, 한-아부다비 간 경제협력 업무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