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역사상 세계 최정상에 확고히 자리 잡은 종목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목이 '양궁'일 것이다.
한국 양궁은 지난 25여년 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한국 스포츠 역사상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1984년 LA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한국 양궁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하며 올림픽에서만 총 30개의 메달을 거머쥔 효자 종목이다.
특히 올림픽 여자 개인 6연패와 단체 6연패 그리고 남자 단체 3연패 석권 등 양궁 불패 신화의 금자탑을 이룩, 한국 스포츠를 세계 스포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도록 기틀을 세웠다.
이렇듯 오늘날의 한국 양궁이 있었던 것은 그 중심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정몽구 회장, 양궁 세계 최정상 자리 지킨 주역
정몽구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은 지난 1985년 협회장에 부임하면서 1990년까지 4번의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한국 양궁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를 쏟고 있다.
또한 양궁계를 이끌어 오면서 보여준 탁월한 리더십으로 오늘날 한국 양궁의 기틀과 영광을 이룩해 놨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지난 1985년 협회장으로 부임하면서 지금까지 약 200억원을 투자하며 한국 양궁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신념으로 재정적,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첫 번째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육단체에서는 최초로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개념인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했다.정 회장은 당시 현대정공으로 하여금 레이저를 활용한 조준기가 부착된 양궁 연습용 활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활용케 했다.
또한 외국의 앞선 경기력과 선진 장비의 적극적인 도입 등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통계적인 정보에 따라 선수들의 약점을 보완 할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 개발과 실제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실제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했다.
게다가 정 회장은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양궁의 특성상 심리 컨설팅이 효과적임을 판단하고 심리 전담 컨설턴트를 배치, 심리요법 훈련을 활용했을 뿐 아니라 전문 의료진을 배치해 여자 선수들의 생리적인 주기 현상까지 시합 일정에 따라 조절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활용했다.
◆ 투명하고 엄중한 실력위주의 선수 선발
오늘날 한국 양궁의 시스템은 국내 다른 종목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고 한다. 특히 양궁에서 태극 마크를 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고 비유된다.
정 회장은 일단 국가대표가 됐다하더라도 매 대회마다 예외 없이 성적순으로 대표팀을 개편하는 제도를 정착시켰다.
'지옥훈련'이라고 일컫는 몇 차에 걸친 투명하고 엄중한 실력 위주의 선수 선발 방법을 통해, 스타 선수이건 무명 선수이건 간에 모든 선수가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 할 수 있도록 했다.
거기다 정 회장은 양궁인구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서도 많은 힘을 쏟았다.지난 1985년 당시 자회사인 현대정공 여자 양궁팀과 인천제철 남자 양궁팀을 창단하며 실업팀 창단을 유도해 지금은 총 26개 양궁 실업팀이 창단돼 활동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이러한 양궁 발전을 위한 제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협회의 투명성과 양궁인의 화합을 강조하며 내실을 다졌다.
정 회장의 양궁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열정은 남다르다. 폴란드에서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보고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 준 일은 유명한 일화다.
또한 대표 선수들이 묵는 선수촌 숙소가 노후가 돼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진다며 도배를 다시 해준 일도 있다. 국제경기를 관람할 때는 로얄석을 거부하고 일반 관중들과 함께 지켜보곤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러한 정 회장의 열정과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오늘날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정의선 부회장의 대(代)를 잇는 양궁사랑
정몽구 회장의 이런 양궁에 대한 사랑은 대(代)를 이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997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대표팀 훈련 스케줄, 장비 제공 등을 적극 지원해 오고 있다.
1985년 제33회 서울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이후 24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제45회 울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남녀 단체전 금메달, 남녀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해 세계양궁에 한국의 양궁 위상을 드높였다.
정 부회장은 독특한 훈련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양궁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도하 아시안게임 대회에 앞서 전 선수들이 중동의 모래폭풍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바닷바람이 강한 제주, 남해지역에서 훈련하도록 했고 그 결과 도하 아시안게임 전 종목 석권을 이뤄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며 올림픽공원 특설 경기장에서 베이징 올림픽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세트를 연출해 대표 선수단이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경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평가전을 개최한 바 있다.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에는 중국 교민 응원단을 조직하고 양궁 경기가 있는 날, 매 경기를 참관하며 선수들을 격려함으로써 대표팀의 '금메달 사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양궁 사랑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양궁 저개발국 순회 지도자 파견 및 양궁 장비 지원 등 한국 양궁의 글로벌 저변확대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