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은 품질 경쟁보다 복제약 위주의 차별화되지 못한 제품 생산을 통해 과당 경쟁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내수 비중이 90% 이상인 기형적 결과를 양산했고 국내 영업 경쟁에 사활을 건 까닭에 리베이트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낳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및 EU 등과 체결한 FTA 협정은 국내 제약사들에게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신약 등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권리 보호를 통해 복제약 일색인 국내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은 평균적으로 10~15년 이상의 장기적 시간이 소요되며 글로벌 신약의 경우 약 8천억원의 연구개발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연구개발에 착수해도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1만분의 1정도로 극히 낮아 도전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SK케미칼의‘썬플라주’를 시작으로 일양약품의‘놀텍’까지 14개의 국산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된 국산신약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향후 제약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1997년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동아제약은 연구를 시작한지 9년만인 2005년 12월 제품을 출시했다. 연구개발 비용은 보건복지부의 신약개발 지원자금 22억원을 포함해 모두 200억원이 소요됐다.
◆ 만들어진 길은 없었다. 길을 만들며 간다.
동아제약은 자이데나 연구 개발에 앞서 중장기 연구방향으로 삶의 질 개선 의약품(QOL: Quality Of Life drug)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중 발기부전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노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 들여 또한 가장 치료를 하지 않는 질환이기도 했다.
이에 동아제약은 비아그라 발매 이전에 발기부전치료제의 중요성과 시장을 크게 보고 천연물 유래 발기부전치료제를 오래 전부터 연구하면서 유관효소 연구와 발기부전 약물 효과 평가 기준이라는 두 가지 핵심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1997년 말 비아그라가 미국에서 허가신청이 들어가며, 강신호 회장이 화합물 발기부전치료제 프로젝트의 적극적인 검토와 추진을 지시해 해당연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그러나 회사는 당시 신약 개발 과정 중 부분적으로는 경험이 있지만 시장에서 끝까지 전반적인 신약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완벽한 경험이 없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야했다.
자이데나는 현재 미국, 유럽 포함 30개국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된 상태지만 출원 당시는 당시 제도하에서 약 1년반에서 2년 동안은 물질의 신규성을 확인 할 수가 없도록 돼 있었다. 특허보유는 개발의 필수 사항으로 등록 이전에 동일 타 회사에서 동일 신청이 있었다면 프로젝트가 허사로 돌아 갈수도 있었다.
때문에 특허등록 가능성 확인을 위해 고액의 외국컨설팅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특허 현황을 검색하며 출원되는 구조를 확인할 때마다 연구원들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개발 과정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 중 하나로 동물시험을 꼽았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위해 개발한 수 많은 후보물질 중에서 몸 속에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했는데 연구초기 수백여 합성물질 모두에 대해 값 비싼 분석법과 음경내 압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실시할 수 없었다. 효율의 문제였다.
연구팀은 결국 실험용 쥐와 토끼에게 후보 물질을 주입한 후 직접 눈으로 발기 여부를 관찰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많은 않았다. 동물들은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해 쳐다보거나 소리가 나면 발기가 되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별도의 관찰 챔버를 제작, 연구원들이 돌아가며 한번에 두 시간씩 거울을 통해 이들 실험용 쥐와 토끼의 발기 여부를 일일이 관찰해야 했다. 초기에는 실험자 한명이 4마리의 상태를 살피기도 힘들었는데, 연구가 계속 될수록 숙련이 되어 나중에는 12마리까지도 관찰 기록할 수 있었다.
◆연구팀 헌신과 전사적 지원이 위기 극복 원동력
하지만 당시 강신호 회장은 신약개발은 꾸준한 지원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전폭적인 지원과 신약의 연구개발을 독려해 이러한 분위기를 불식시키고 2005년 12월 마침내 신약 ‘자이데나’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발매직전까지 ‘자이데나’의 탄생은 순탄치 않았다. 국산 최초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상징성을 담아 당초 8월15일에 발매코자 했지만 최종 허가 지연과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의 이의 제기까지 맞물려 해를 넘겨 출시될뻔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제약사에게 신약개발은 성공가능성이 극히 낮아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기도 했다.
개발에 참여했던 유무희 전 동아제약 연구본부장은 “다국적제약사의 투자나 인프라 면에 비해 작은 규모의 동아제약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우수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신약이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프로젝트에 참여 했던 모든 연구원 및 유관부서의 헌신적인 노력과 회장님을 비롯한 회사의 전폭적 지원 덕분”이라고 소회했다.
그는 “경영진의 신약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 더 좋은 약물을 더 빠르게 만들려는 투지를 보였고, 이런 회사의 결집된 힘이 자이데나의 탄생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글로벌신약 진입 가속화
자이데나는 발매 첫해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불록버스터 제품으로 등극했고, 지난 2008년에는 다국적제약사인 릴리의 ‘시알리스’를 제치고 국내시장 2위 제품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도 성공신화는 계속 되고 있다. 자이데나는 현재 미국FDA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총 42개국에 총 3억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러시아에서 자이데나라는 동일한 상품명(현지발음/표기: 지데나/Зидена)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 동아제약은 자이데나의 일일요법(1일 1회 1정 복용)을 위한 저용량 제제를 개발 중에 있다. 이 경우 기존의 약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루에 한 알 복용만으로 언제든지 발기가 가능해 환자의 편의성이 크게 높일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미국 임상3상 진행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신약'으로 나아가는데 의미가 있다"며 "긴 지속시간과 우수한 안전성이라는 특장점으로 세계시장에서 기존 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