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을 약속해 그 규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은 30일 그룹 오너일가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키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은 "사재출현 부분은 금호그룹의 4명의 형제와 자녀 모두 오래전 부터 논의해 왔고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 내놓겠다"고 말했다.
즉 금호가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하되, 기업 구조조정에 차질이 발생하면 채권단이 계열사 주식과 경영권을 언제든지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으로부터 출자전환 방식으로약 2조~3조원 대의 자금지원을 받게 되면 총수 일가도 부실 경영 책임과 고통분담을 피할 수 없다.
과거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과 LG카드 사태때 최태원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재를 출연했던 전례도 있더. 최근에는 김준기 회장이 동부그룹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박삼구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사재를 출연한다 해도 그 규모는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는 대부분의 사재를 계열사 주식 형태로 부유하고 있고, 보유 지분의 상당 부분이 담보가 잡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유중인 계열사는 총 47개(금융사 1개 미포함)에 달하지만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중인 기업은 금호석화와 금호산업이 거의 전부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현재 46.84%의 지분을 보유하며, 금호석화를 통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지배하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석화 지분 5.30%와 금호산업 지분 2.14%를 보유하고 있고, 주가가 최근 크게 떨어져 주식 가치는 38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는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지분을 각각 6.66%와 1.45%씩 보유하고 있다.
고 박성용 회장의 아들 박재영씨는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지분을 4.45%와 3.04%씩 보유 중이고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경영전략본부 부장도 금호석화 11.96%와 금호산업 3.59%를 갖고 있다.
박 명예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전 회장은 금호석화 지분 9.44%, 박찬구 전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도 금호석화 지분 9.03%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오너 일가의 지분을 고려한 사재출연 규모는 30일 기준 금호석화 시가총액 5250억여원의 2544억여원(지분율 46.84%), 금호산업 시가총액 4050억원 중 414억여원(지분율 10.22%) 등 모두 합한다 해도 3000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 중인 지분의 상당수가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여서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형식으로 사재출연을 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석화와 금호산업의 보유지분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비율이 각각 30.45%와 70.23%에 달하고 박찬구 전 회장도 금호석화 보유지분의 85.04%를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에 이미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3세인 박세창 상무, 박준경 부장, 박철완 부장도 금호석화 지분의, 86~95%를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고 금호산업 지분의 상당 부분도 담보로 잡혀있다.
여기에 박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은 '형제 갈등'으로 소원한 상태여서 박찬구 전 회장이 사재 출연에 선뜻 나설지도 의문이다.
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박재영씨에 대한 사재출연 요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가 갖고 있는 금호석화 주식은 총 18.47%이며 박재영씨도 금호석화와 금호산업의 주식을 4.45%와 3.04%를 갖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담보로 제공한 주식비율과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박재영씨가 사재출연을 하지 않는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는 상당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따른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가 내놓는 사재출연 규모는 1500억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