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그룹 고강도 구조조정 '옥죄기'

입력 2009-12-27 16:45 수정 2009-12-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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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구조조정 적극적으로 나서라" 주문...오너 사재출연 목소리 대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우건설, 금호생명 매각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질 조짐이다.

특히 매각이 성사돼도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어 금호그룹을 더욱 속타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던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등 비상대책이 검토되고 있으며 그룹 오너가 경영 책임을 지고 사재출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 구조조정 부진 경고…개입 강화될 듯

27일 금융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금호그룹 주도의 구조조정에 긍정적이던 채권단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금호그룹이 주도했던 금호생명 매각이 인수자측의 자금난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데다 아시아나IDT 매각은 불발로 최종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또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 17곳도 풋백옵션 행사 1개월 유예에 동의했지만, 대우건설 매각성공 여부에는 여전히 확신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컨소시엄을 선정했으나 아직 최종 인수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해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금호그룹이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다 쥐고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호그룹은 금융시장에서 단기자금을 겨우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고, 한국기업평가는 금호산업의 신용등급을 한계단 하향 조정하면서 금호그룹 핵심 계열사의 등급 하향을 예고했다.

금호그룹이 점점 사면초가 상황에 몰리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그룹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또 "채권단이 금호그룹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 나올까?

금융당국과 채권단에서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개입 강화를 뜻을 내비치면서 향후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재무적투자자(FI)에 넘기는 것,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 금호 채권단이 FI와 금호의 지분을 받아 대우건설을 공동관리하는 것 등 대우건설을 포기하는 선에서 책임 범위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건설 매각으로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금호그룹이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시간을 끌수록 유동성 악화로 인한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져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기업그룹 오너들은 경영을 잘못해 부실기업이 발생했다면 주력기업만 남기고 손, 발(비주력 계열사)을 다 잘라 빚을 갚아야 한다"면서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매각과는 상관없이 어느 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그룹 오너가 사재출연 등을 통해 부실 기업에 대한 대주주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구조조정 대상 일부 계열사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금호그룹 "경영권 집착 안한다"

한편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금호생명의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금융위기로 인해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일정에 지연이 있었을 뿐"이라며 "경영 책임은 통감하며 경영권에는 집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또 "그룹의 구조조정은 계획한대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오래 전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으며, 특히 올 6월 이후 주채권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호생명과 금호렌터카 매각은 이번 주 중에 최종절차가 마무리 되고, 대우건설 매각도 '현재 진행 중'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금호그룹측은 설명했다.

금호그룹은 또 "대우건설 매각 이후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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