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위한 연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안정성으로 꼽는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이 1조8500억여원을 들인 런던 빌딩 인수 시점이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상업용 빌딩은 골치덩어리로 전략한 상황이다. 2년 새 무려 45%나 급감했지만, 금융 위기 발발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부동산에 대해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들이 갖고 있는 정도다.
영국 내에서 상업용부동산은 '골치덩어리'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자사가 사들이는 빌딩 매입 금액이나 임대율은 밝히고 있으나 임대수익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1조8500억여원 들여 런던 오피스빌딩 투자
국민연금기금이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의 영국 런던 본사 건물을 1조5000억여원에 인수하는 계약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5일에는 영국 런던의 오피스빌딩 2곳을 3500억여원을 들여 인수하는 등 국민연금기금이 런던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HSBC 런던 본사 건물은 8억파운드(약 1조560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HSBC는 이 건물을 지난 2007년 스페인 부동산 개발업체인 메트로바세사에 10억9000만파운드에 팔았다가 지난해 12월 8억3800만파운드에 다시 사들인 바 있다.
지난 5일 국민연금은 런던 버킹엄궁 인근에 있는 40 그로브너 플레이스와 시내 핵심 업무지역에 있는 88 우드 스트리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40 그로브너 플레이스에 1700억원(지분 50%), 88 우드 스트리트에 1800억원(지분 100%) 등 총 3500억원을 들였다.
국민연금은 영국의 상업용 빌딩 시장이 급락한 상태로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임대수익은 물론 향후 매각시 자산가치 상승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런던 부동산 시장은 2007년 상반기 이후 가격이 조정돼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본지가 국민연금이 매입한 40 Grosevenor Place빌딩과 88 Wood Street빌딩을 찾아가 확인해 본 결과 시내 중심 끝자리로 다소 한적한 곳이었다.
◆영국내에서는 상업용부동산 '골치'..회복에 최소 5년 전망
BNP파리바 리얼 에스테이트(BNPRE)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5년간 영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1.5%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피스빌딩의 경우, 13.7% 상승하는 데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업용 부동산 임대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BNPRE는 올해 오피스빌딩의 임대 가격이 20.5%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 회복이 기대되는 2014년 12월 이후의 임대 가치는 올해 말보다 오히려 1.2% 가량 위축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가격의 반등이 나타나려면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토지수요 약화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가치 상승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의 오피스빌딩과 상점, 창고 등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년 새 무려 45%나 급감하자 대부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들만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전히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실직을 걱정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주택과 같은 거대한 소비에 관대해지려면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주택 차압 증가, 금리 상승 등이 영국의 부동산 가격을 압박할 공산이 큰 상황으로 안정성 위주의 투자를 해야 할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