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만큼 뜨겁고도 진부한 토론 주제가 있을까. 존속이냐 폐지냐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의 중심에 서는 사형제를 영화는 어떻게 그려낼까.
영화 ‘집행자’가 끝나지 않을 토론 숙제를 던진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권(1998년 2월~2003년 2월) 이후 지금까지 1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명목상 사형집행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형폐지국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영화가 포착한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집행자는 연쇄살인범 장용두 사건을 계기로 12년간 중지됐던 사형제도가 부활하면서 혼란에 빠지는 교도관들의 첫 사형 집행기를 다룬 작품이다. 용돈이나 벌고자 교도관으로 취직했다가 생애 처음 사람을 죽이게 된 ‘오재경’(윤계상), 사형은 법의 집행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배종호’(조재현), 사형집행 명령을 받고 12년 전 악몽이 떠올라 괴로워하는 ‘김 교위’(박인환)가 교도관을 연기한다.
교도관의 입장에서 보는 사형제도가 자칫 사형제 폐지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나온다. 10월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도 이를 방증한다.
최진호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사형제 폐지 입장이지만, 이 영화에서 찬성이냐 폐지냐를 직접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았다”면서 “사형수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범행을 미화하거나 동정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고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배우 조재현은 조금 다른 견해다. “나 역시 사형제 폐지를 반대할 마음은 없지만 강호순 사건이나 나영이 사건을 접하면서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 했을 때 흉악범을 용서하고픈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교도관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사형수들이 복역할 동안 반성은 커녕 너무나 편안하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났다”면서 “사형제 폐지 여부를 떠나 이게 과연 맞는 것인지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내부적으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영화 집행자는 11월5일 개봉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