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코스피시장이 美 증시 조정 영향으로 사흘째 하락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4일)는 연준의 긴급 유동성 지원책 축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8월 기존 주택판매가 예상밖에 감소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이틀 연속 하락했다.
전일 FOMC 성명서의 긍정적인 주택시장 진단과 상치되는 주택판매지표의 부진은 경기 불안감을 자극했고, 나스닥 지수(1.12%) 등 주요지수는 1% 내외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달러와 국채가 강세를 보인 반면, 국제유가는 원요 수요 위축 우려와 함께 배럴당 65달러선으로 추락했다.
7.47p 내린 1686.41p에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매도 스탠스가 이틀째 이어지고 기관이 여전히 매도공세를 취하면서 오전 장 한때 1660선 초반대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오후 들어 프로그램 매수세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낙폭을 줄여나간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2.40p(0.14%) 내린 1,691.48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430억원 매도우위로 이틀째 '팔자'에 나섰고 기관도 2859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반면 개인은 444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흘 연속 저가매수에 주력했다.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1655계약 순매도로 7거래일째 매도우위를 보인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1250억원) 위주로 622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의 하방경직성에 기여했다.
당초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환율은 G20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에 경기부양책의 조급한 철회를 막자는 공조의 내용이 담기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도 약화와 함께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9.60원 내린 1186.1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의 조정이 지속되면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대부분 하락했다.
닛케이지수가 2.64% 급락한 것을 비롯해 상해종합지수(-0.52%), 항셍지수(-0.13%), 싱가포르지수(-0.17%) 등이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대만 가권지수(0.29%)는 소폭 상승했다.
실적호전株 약진, 현대차그룹 4인방·게임株 강세
이틀째 계속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로 증시 조정이 이어지면서 이렇다할 주도 업종이 부각되지 못한 가운데, 3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종목들의 개별 약진 흐름이 연출됐다.
중도 실리주의를 표방한 현대차 노조위원장 당선에 따른 노조 리스크 완화 기대와 양호한 실적 전망이 맞물리면서 현대차(4.52%)와 기아차(3.78%), 현대모비스(3.10%), 글로비스(6.45%) 등 현대차그룹 4인방이 나란히 급등했다.
한일이화(9.25%)와 한라공조(4.35%), S&T대우(8.19%), 세종공업(2.36%), 대우차판매(2.46%) 등의 자동차 관련주들도 덩달아 큰폭 상승했다.
사상 최대실적 전망을 등에 업은 한국타이어가 5.83% 오른 것을 비롯해 정제마진 회복이 기대되는 SK에너지(4.28%), 대덕GDS(7.76%), LS산전(7.45%), LS(4.69%), 엔씨소프트(5.00%), 삼성테크윈(3.47%) , LG생명과학(3.03%), LG화학(2.85%), LG전자(2.78%) 등 3분기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우량주들이 두드러진 강세를 연출했다.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외국계 증권사의 호평에 한진해운이 3.64% 올랐고, 7조원 규모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STX팬오션(5.51%)과 대한해운(1.13%) 등 해운주들이 오름세를 탔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수입단가 하락 수혜가 기대되는 CJ제일제당(6.98%), 크라운제과(3.88%), 농심(2.41%), 삼양제넥스(1.52%), 오뚜기(1.45%), 오리온(1.38%), 대상(1.02%) 등의 음식료품주들도 차별적인 강세를 기록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의료정밀(2.44%)과 자동차주 중심의 운수장비(2.14%), 운수창고(2.11%), 음식료품(1.52%), 서비스(0.98%) 등이 올랐고, 철강금속(-1.63%)과 보험(-1.22%), 통신(-0.81%), 전기전자(-0.68%), 증권(-0.68%) 등 대부분 업종이 내렸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삼성전자(-1.00%)가 70만원대로 내려앉은 것을 비롯해 POSCO(-2.29%)가 50만원대를 하회했고, KB금융(-1.82%), 한국전력(-0.42%), 신한지주(-2.26%), 현대중공업(-1.03%), SK텔레콤(-0.87%), 우리금융(-4.83%)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 중인 효성은 해외대형 사모펀드 두곳에서 2조원의 자금투자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인수에 따른 재무 리스크 우려를 자극해 7.99% 폭락했다. 예상보다 매각대금이 적을 수 있다는 루머와 함께 하이닉스(-8.01%)도 덩달아 급락하며 눈길을 끌었다.
코스닥시장은 기관(-140억원)의 일관된 매도공세에 외국인(-68억원)이 가담하면서 사흘째 하락했다.
서울반도체(0.24%)와 태웅(0.37%), 동서(0.77%), 소디프신소재(0.90%), 성광벤드(4.11%) 등이 오른 반면, 셀트리온(-0.93%)과 메가스터디(-2.36%), SK브로드밴드(-0.79%), CJ오쇼핑(-0.80%), 코미팜(-4.22%), 동국S&C(-3.79%), 주성엔지니어링(-2.54%) 등 대부분의 시총 상위주들이 내렸다.
여름방학 성수기가 포함된 3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게임주들이 아이폰 수혜주들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모바일 게임기업인 컴투스가 12.38% 치솟은 것을 비롯해 한빛소프트(5.15%), 엠게임(4.51%), 네오위즈게임즈(3.40%), 이스트소프트(1.95%), 액토즈소프트(1.61%), CJ인터넷(1.13%), 예당온라인(1.02%) 등의 게임주들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한편 게임하이는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의 중국 진출 가시화 호재로 상한가에 진입했다.
이날 신규 상장한 모린스는 공모가(3만9천원)보다 낮은 3만6천100원에 거래를 시작해 13.30% 급락세로 마감했다.
녹색교통망 확충 철도 테마주들의 경우 세명전기와 AJS가 상한가를 기록한 반면, 대아티아이(-7.04%)와 태광이엔시(-5.19%)가 급락하는 등 종목별로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주말 뉴욕증시 사흘째 하락, 주택지표에 발목
주말 뉴욕증시(25일)는 기대에 못미친 경제지표들과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 인 모션(RIM)이 어두운 실적 전망으로 폭락(-17%)하면서 투자심리를 압박,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가 0.44% 떨어진 것을 비롯해 나스닥지수(-0.79%), S&P500지수(-0.61%)가 나란히 하락했다.
S&P500지수의 경우 3주 만에 하락했으나, 월간 기준으로는 2.33% 오름세를 유지하며 '9월 징크스'를 아직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다.
개장 전 발표된 8월 내구재 주문은 예상치(전월비 0.4% 증가)와 달리 2.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고, RIM과 HP 등 주요 기술주들의 부진한 실적 전망이 제시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73.5를 기록, 예상치(70.2)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신뢰지수는 기대심리를 반영한 서베이지표다. 이틀전 연준이 긍정적인 경기진단을 내린 것이 소비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동시에 발표된 8월 신규 주택판매가 예상치(44만채)를 하회한 42만9천채(전월비 0.7% 증가)로 확인되면서 며칠전 3개월 연속 상승한 7월 주택가격 지표를 무색하게 만들었고, 경기회복 전망에 혼선을 초래했다.
주택지표의 부진에다 실망스런 매출 전망치를 내놓은 주택건설업체 KB홈은 8.52% 폭락하며 상승추세를 이탈했다.
혼란스러운 경제지표 속에서 국제유가는 이틀간의 폭락에 따른 반발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0.2% 반등했으나 이번주 들어 8.36%나 급락하며 20주선을 이탈했다.
출구전략 우려 + 추석 연휴 앞둔 관망 분위기
추석 연휴를 앞둔 관망심리가 시장을 지배함에 따라 다음주 국내증시는 물밑 출구전략 도입 우려 속에 다소 불안정한 해외증시 눈치를 보며 숨을 고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국가재정 적자를 감수한 각국 정부들의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이 그간 글로벌 증시를 밀어올렸다.
경기회복 속도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보면 직접적으로 증시를 견인한 것은 '유동성'이다.
결국 최근 글로벌증시의 조정은 유동성 지원규모의 축소를 의미하는 '출구전략 가시화'에 따른 것이며, 이번주 美 FOMC를 통해 출구전략 도입 계획은 재확인됐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G20 정상회담에서 각국이 재정완화를 지속하겠다는 합의 속에 출구전략과 관련해 이렇다할 구상이 나오지 않자, 급작스런 출구전략 도입은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급락했다.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강화시켜 달러가치가 급락한 셈이다. 일본 재무상이 90엔대가 붕괴되더라도 개입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점은 달러화 매도를 부추겼다.
달러화의 급락은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지만 90엔대 지지에 대한 기대감, 추가 하락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식이 엔/달러 환율의 하방경직성을 높여줄 수 있는 국면이기도 하다.
또한 엔/달러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하지 않고 급락세를 이어간다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실제 달러 가치의 급락에도 불구 주말 뉴욕증시는 조정을 받았다. 달러가치의 하락세와 출구전략 지연 국제 공조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작용한 결과다.
이틀째 매도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이 엔/달러 환율의 급락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달러 약세가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한다면야 좋겠지만, 90엔대에서의 엔/달러 환율 반등 우려감이 작용하며 다시 주식현물 매수세를 유도하지 못할 경우 국내증시는 수급 공백과 함께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수급이 취약한 코스닥시장은 60일선이 120일선을 하향돌파하는 '장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한지 오래다. 가까스로 방어하고 있는 60일선 마저 이탈한다면 수급은 한층 악화될 수 밖에 없다.
S&P500지수, 지수 영향력이 가장 큰 시가총액 최상위주들의 다음주 행보가 중요해졌다.
공교롭게도 모두 20일선과 일목균형표 기준선에 걸쳐져 있는 S&P500지수와 삼성전자, POSCO가 얼마만큼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추석연휴 이후 맞게될 3분기 어닝시즌 수혜가 기대되는 실적호전주들에 꾸준한 관심과 함께 고배당주, 경기방어주들에 대한 선별적인 접근이 유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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