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가 아직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아직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데다 그동안 호황을 유지했던 석유화학사업의 실적도 최고점을 찍은 후 내려막길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담합을 포착, 정유사들에게 사상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여서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제마진이 여전히 좋지 않은데다가 호조를 보이던 석유화학사업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의 실적도 좋지 못했지만 3분기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효자 역할을 했던 석유화학사업이 9월들어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체들이 아직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제마진 악화다. 국내 정유 4개사는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정제마진 악화는 실적과 직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단순정제마진은 2월부터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으며, 고도화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 정제마진도 여전히 제로(0)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고도화시설은 값이 싼 벙커C유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와 경우, 등유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처럼 정제마진의 회복이 더딘 것은 세계 경기침체로 휘발유와 경유제품의 수요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가격이 저렴했던 벙커C유는 중국과 인도 등의 수요 증가로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가격을 비교해보면, 7월 평균 벙커C유 가격은 배럴당 61.70달러로 두바이유 64.64달러보다 2.94달러 정도 낮았으며, 8월 5.84달러로 격차가 벌어졌지만 9월23일 현재 2.93달러(벙커C유와 두바이유 각각 배럴당 66.68달러, 69.61달러)로 격차가 좁혀졌다.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시설을 가동해도 정유사의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분기 정유업체의 수익성을 지탱해주던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3분기 실적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올해 상반기 아시아역내 석유화학사업이 호황을 겪었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수요가 줄어든데다 인도 등의 공급확대가 예상되면서 8월을 정점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8월말~9월초부터 수출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가격협상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는 수요감소로 공급물량이 많은데다 조만간 인도 등의 신규 물량이 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을 더욱 낮추려는 움직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의 기대 심리로 더욱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7월 말 바닥을 쳤던 석유사업의 단순정제마진이 마이너스 폭을 좁혀가고 있으며 복합정제마진도 8월과 9월 소폭 개선돼 현재는 배럴당 2.2~2.5달러를 유지하는 등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정유업체들에겐 위안이 되고 있다. 또 세계 경기회복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점차 확대되는 점도 긍정적 시너지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정유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올 4분기 이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복합정제마진이 7월말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석유사업 실적 개선 속도는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안정적 정제마진과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증가가 예상되는 4분기경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