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마녀의 심술은 없었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 코스피시장이 외국인의 대규모 현·선물 매수에 힘입어 1640선까지 급등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9일)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관련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연준의 베이지북 내용이 실망감을 안겼음에도 장 막판 상승폭을 확대, 나스닥지수(1.11%) 등 주요지수가 강세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뉴욕증시 연속 상승에 기여한 가운데 국제유가는 0.30% 올라 배럴당 71달러선을 유지했다.
1610선에서 상승출발한 코스피지수(10일)는 외국인이 줄곧 강한 매수세를 견지한데다 대규모 선물매수로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하면서 장 막판까지 상승폭을 확대, 전일대비 36.91p(2.30%) 오른 1644.68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한달래 최대규모인 448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고 기관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2703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758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만기일 지수 급등을 경계했다.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6964계약 매수우위를 보인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2962억원) 위주로 3985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 급등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환율은 엿새째 떨어졌지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50원 내린 1224.50원으로 마감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이 상승했다.
닛케이지수가 1.95% 급등한 것을 비롯해 항셍지수(1.05%), 가권지수(1.12%), 항셍지수(1.05%), 싱가포르지수(1.19%)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상해종합지수(-0.73%)는 8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순환매 유입 중국관련株·증권株 두각
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들이 차익실현 매물에 고전하는 가운데 그간 소외됐던 기계, 해운, 조선 등의 소위 '중국관련주'들이 중국증시 부진에도 불구 급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12.35% 치솟은 것을 비롯해 STX엔진(9.32%), 계양전기(8.32%), 엔케이(8.27%), 두산중공업(7.38%), STX엔파코(5.92%) 등이 기계주들이 무더기 급등했고, STX팬오션(12.98%)과 한진해운(8.81%), 글로비스(8.17%), 대한해운(4.53%), 현대상선(3.62%), 대한항공(5.51%), 아시아나항공(3.51%) 등의 운송주들도 모처럼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12.94%)이 풍력발전 관련 M&A관련 자금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조달받는다는 소식과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에 힘입어 폭등하며 조선주들의 투자심리를 북돋았고, 한진중공업(10.17%), STX조선해양(10.14%), 현대미포조선(6.15%), 현대중공업(4.55%), 삼성중공업(4.50%) 등의 조선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그간 지수 랠리에도 불구 거래 부진으로 무거웠던 증권주들이 증시 거래 급증과 더불어 큰폭 올랐다.
대신증권이 8.18% 급등한 것을 비롯해 NH투자증권(7.31%), HMC투자증권(6.33%), 현대증권(6.15%), 우리투자증권(5.92%), 대우증권(4.75%), KTB투자증권(4.65%), 미래에셋증권(4.25%), 삼성증권(4.02%) 등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전업종이 오른 가운데 기계(6.72%)와 운수창고(6.28%), 증권(4.61%), 은행(4.00%), 건설(3.76%) 등의 상승폭이 컸다.
현대차(보합)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20종목이 모두 올랐다.
삼성전자가 1.28% 오른 것을 비롯해 POSCO(2.46%), KB금융(3.86%), 신한지주(3.61%), 한국전력(1.26%), LG전자(0.75%), LG화학(0.94%), 현대모비스(1.05%), LG(2.54%), SK텔레콤(1.79%), LG디스플레이(0.41%) 등이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도 외국인 매수(162억원)를 등에 업고 0.92% 상승했다.
조선주 강세 영향으로 태광(4.03%)과 성광벤드(4.34%), 현진소재(4.40%) 등의 조선기자재주들이 큰폭 상승했고, 주성엔지니어링(4.72%), 우리이티아이(5.61%), 셀트리온(1.16%), 메가스터디(1.75%), SK브로드밴드(2.82%), 다음(2.22%) 등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민관합작 스마트 원자로 설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비에이치아이(4.20%), 모건코리아(4.08%), 티에스엠텍(4.11%), 보성파워텍(3.72%) 등의 원자력 관련주들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그밖에 덕산하이메탈, AP시스템(이상 상한가), 크로바하이텍(10.23%) 등의 AMOLED주들이 랠리를 펼쳤다. 반면 제넥셀, 파루, 케이피엠테크(이상 하한가), 지코앤루티즈(-13.47%) 등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인 신종플루 테마주들은 급락세를 보였다.
기술적 반등의 한계 넘어설까?
그린스펀의 글로벌 금융위기 경고와 '9월 징크스' 우려에도 불구 뉴욕증시는 랠리를 이어갔다.
나스닥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모두 나흘 연속 양봉을 기록하며 시장내 낙관심리가 얼마나 우세한지를 보여줬다.
브라운 영국 총리의 비공식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은 눈깜짝하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베이지북은 '고용과 소비가 취약한 상태'라는 실망스런 내용을 담았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나빠진 것도 없다'는 식의 관대함을 보였다. 투자심리가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가 된다.
'주가는 비관의 담벼락을 타고 오른다'는 증시 격언이 있지만 뉴욕증시의 랠리에도 불구 신중론은 여전하다.
경제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유가는 아직 연두색 수급기준선을 확실히 장악해주지 못하고 있다.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거나 연중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의 흐름을 신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겠으나, 뚜렷한 모멘텀이 없기에 최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반박하기도 쉽지는 않다.
대개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은 엇박자를 타는데 전일 뉴욕증시의 경우 두 시장이 함께 올랐다.
채권시장에서는 '소비 위축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라고 밝힌 베이지북 내용과 최근 실업률 고공행진에 주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식시장이 '고용감소세 둔화'에 점수를 주고 실업률 고공행진을 무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가장 최근의 고용보고서라 할 수 있는 '주간실업수당청구건수' 지표의 내용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민감한 채권시장과 금 시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시장의 리스크, 잠재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증시가 공포스런 조정을 받을 당시 '주식을 저가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해왔고 몸소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최근 버크셔 헤서웨이를 통해 최근 주식 매수를 줄이고 국채 및 회사채 투자 비중을 높였다고 밝힌 바 있다.
강세장에 순응하는 전략이 유효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되는 시기인 것이다.
최근 외국인 동향을 보면 IT/자동차에 편중된 랠리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초기 집중 수혜를 받는 소비재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선취매가 충족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IT/자동차 일변도의 매수에서 벗어나 금융 섹터와 기계, 철강, 화학, 조선 등 산업재 섹터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가는 포트폴리오 분산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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