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정은 회장은 전격적인 평양 방문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키며 존폐 위기에 놓인 금강산 관광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처럼 현대그룹의 위기 해법은 현정은 회장의 뚝심이였다. 현 회장은 취임 후 지난 6년간 주력 계열사를 놓고 벌인 범현대가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러나 현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은 상태다. 특히 범 현대가의 경쟁으로 점철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 회장이 어떤 뚝심을 보여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현대그룹 최대 현안과제는'현대건설'인수
현대그룹은 11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동해해운, 현대경제연구원, 해영선박 등이 계열사로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은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현대택배 3개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서 19.3%의 지분을 보유하며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택배(47.15%)를 비롯해 현대증권(23.17%),현대아산(58.2%),동해해운(51.0%),해영선박(80.0%),현대경제연구원(35.4%) 등 현대유엔아이(22.7%)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등록돼 있다.
현대택배는 다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은 19.8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3각 출자구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매출 규모면에서도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은 12조64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현대상선이 8조원가량을 채우고 있다.
현대증권은 2조9000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택배가 67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룹의 상징적인 사업은 단연 현대아산이다. 매년 적자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년간 금강산 관광까지 묶이면서 존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현 회장은 최근 직접 주머니 돈을 털어가며 출자를 하는 등 그룹 전체의 역량을 대북사업 재개를 위해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전체의 숙제도 남아 있는 상태다. 바로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다.
현 회장은 이 외에도 현대건설 인수가 대북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현대그룹이 건설부분을 인수함으로써 향후 북측에 이뤄질 수 있는 많은 건설 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현대증권을 통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할 수 있으며 현대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 결합되었을 때도 높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현대건설을 인수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현대상선 및 현대택배의 물류네트워크 서비스를 현대건설의 전 세계 건설 현장에 수송할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현 회장의 금융사업 육성 의지 뚜렷
현 회장은 지난달 계열 투자자문회사의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현 회장이 금융 사업 부문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현정은 회장은 지난달 18일 계열사인 현대투자네트워크의 지분 30%(6만주)를 인수했다.
지분 매입 금액이 3억1200만원으로 초라해 보이지만 현대투자네트워크이 지난해 5월 총수 일가의 절대적 지분으로 꾸려진 현대유엔아이 등이 출자해 설립된 투자자문사로 그룹의 경영전략에 대해 핵심 자문역을 맡고 있다.
금융 사업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현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에도 나타났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임시 이사회를 통해 현대상선이 현대증권의 지분 510만주(3%)를 6개월 내에 장내에서 추가로 매집할 것임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인프라 개발역량 확보, 통합 물류서비스 기반 확충과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금융서비스 그룹 구축을 3대 축으로 삼고 있는 것에 따른 경영 행보로 읽히는 부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