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탐방] 한세실업

입력 2009-09-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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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 베트남 생산기지,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

◆한국의 숨은 강자 ‘한세실업’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의류시장에 한국의 숨은 강자가 있다.

국내에선 이름이 낯선 ‘한세실업’은 지난 해 미국 의류 수출 1억7000만장을 기록했다. 1초에 5장씩 미국에 팔린 셈이다.

정작 국내에는 한 벌도 내놓지 않는다.

생산한 옷 모두를 월마트(Wal-Mart)나 타겟(Target) 등 세계적인 대형 할인 매장과 나이키(Nike), 갭(GAP), 아메리칸이글(American Eagle), 애버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등 내노라하는 미국 업체들에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수출한다.

한세실업은 올해 초 의류사업부문과 투자사업 부문을 분리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투자를 맡는 지주사 한세예스24홀딩스는 존속법인으로, 의류사업은 신설한 한세실업이 담당하게됐다.

2009년 3월20일 한세예스24홀딩스주식회사와 인적분할을 통해 재상장된 한세실업은 지난해 양호한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외환과 옵션 거래에 따른 손실로 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5%와 73.5% 증가한 3846억원과 498억원에 달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5억원에서 올해엔 244억원으로 무려 1500% 이상 급증했다.

◆해외현지법인..베트남 공장이 핵심

1982년 11월 설립된 이래 2001년 5월에는 미국과의 무역협정(NTR)이 체결, 높은 기술력과 저렴한 인건비의 노동력을 가진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2008년 6월 니트 및 우븐 총 136개 라인에 9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의류수출 시장의 전면에 부각되는 점을 감안해 2004년 11월에는 중국 공장 진출을 확정하고 법인 설립을 완료했고, 2008년 6월 현재 12개 라인을 운영 중이다.

2005년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 법인 설립을 완료해 현재 28개 라인을 운영 중이고 2006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제 2법인을 설립해 60개 라인을 증설 중에 있다.

또한 마지막으로 진출한 캄보디아에선 현재 30개라인을 운영 중이어서, 명실공히 전 세계를 생산기지로 경쟁력 강화를 중점으로 한 최대 생산 라인을 운영 중에 있다.

총 5개국에 7개 해외현지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베트남이 그 중 생산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OEM업체라고 하면 삯바느질하는 곳이라는 시각이 아직도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바이어 못지 않은 디자인 기술과 원단 개발 능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한세실업은 바이어가 대강의 스타일과 원단 등을 지정해주면 독자적으로 디자인을 해 샘플을 만든다. 때로는 먼저 디자인 컨셉을 잡고 샘플을 제작해 바이어에게 제안한다.

제품 생산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ODM(제조자디자인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미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어가 주는 디자인과 샘플을 보고 봉제만 하는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세실업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디자인 강화와 품질 강화로 최근 몇 년간 디자이너를 대폭 늘렸다.

서울 본사에서 3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뉴욕 탑 디자이너들을 영입해 맨하튼 브로드웨이에 사무소도 신설했다. 이러한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지난 해 11월에는 2009년 가을·겨울 시즌 패션 트랜드를 진단하는 발표회도 가졌다.

디자인과 품질이 한세실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면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생산기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그 중 최대 생산기지인 한세베트남에서 생산돼 수출된 금액만 2007년 2억3800만달러에서 2008년 2억9000만달러로 약 5000만달러 증가했다.

한세베트남은 호치민과 구찌 두 곳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부지 10만평,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약 1만 명이다. 이곳에서는 전체를 관할하는 본부 사무실이 있고 나머지 11개 공장들은 독립채산제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개별 공장마다 오더 체크는 물론이고 품질관리, 인력 노무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에 소속된 인원들도 공장별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생산과 관련된 것은 전적으로 개별 11개 공장에서 책임지고 있다.

본부 사무실은 주로 이들 공장에서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업무가 많다. 인력 공백이 생기면 신규 인력을 뽑아 보충해주기도 하고, 각종 무역, 통관 등의 사무 업무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일을 맡는다.

베트남 내 한국 직원들은 생산직 직원들과 함께 현지인의 각종 경조사에 참석해 식사는 물론, 조촐한 술자리도 갖는 등 화합을 도모한다.

지난해 11월 1일에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한세실업의 임직원들과 가족들 1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매년 단합과 노사 화합을 위해 벌이는 행사로 오전 7시부터 시작해 축구대회부터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 장장 5시간 동안 이어졌다. 1등 팀에게는 베트남의 고급 자가용 격인 혼다 오토바이가 부상으로 주어져 경쟁이 치열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매년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장학생을 지원하고 베트남 내 챔피언십 바둑대회 등 지역 사회 활동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처럼 한세베트남은 현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면서 현지인과도 호흡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탄탄한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한세실업은 주 수출국인 미국 경기 전망과는 상관없이 보수적 관점에서 올해 전년 대비 10% 정도 상승한 6억6000만달러(약 8000억원, 원ㆍ달러 1200원 기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지역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계사인 인터넷서점 예스24의 베트남 진출도 준비 중이다.

◆하반기 실적 기대 이상

한세실업 관계자는 “장기 성장성을 위해 자체 브랜드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자체 디자인 개발력이 좋아지면서 고가 브랜드에 대한 공급 비중을 49%까지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생산 현장에서도 타깃, 월마트, K마트 등에 납품하는 브랜드와 고가 브랜드 생산을 달리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하반기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며 “경기가 불안할수록 안정적인 공급처에 주문이 몰리는 경향이 강해 대형 바이어들의 추가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를 각각 8250억원과 8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24.2%와 8.1% 각각 증가한 규모다.

자체적인 디자인과 원단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국외에서 저비용 생산능력을 확충함으로써 10% 이상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LIG투자증권 손효주 연구원은 “달러 기준 매출액이 창사 이래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며 “달러 기준으로 매출액이 매년 15%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423억원 발생해 6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6월을 기준으로 파생상품계약이 종료됐다”며 “하반기 환율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의 감소보다는 순이익 개선의 폭이 훨씬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올해 당기순이익은 약 450~46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의류업종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세실업은 PER이 4.4배 수준으로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실적 악화 우려도 있지만 1200원 이하로 하락하더라도 일시적일 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세실업은 주주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세실업의 경우 한세예스24홀딩스가 지분 62.57%,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이 8.27%, 신영자산운용이 6.02%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인 유통물량이 상당히 적은 것이 단점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한세실업의 대주주인 김동녕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지난 8월3일 3.34%(100만주)의 지분을 시간외 매매로 매각했다. 유통 물량을 늘려 주가 상승을 도모하겠다는 목적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유통물량을 늘려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특히 이번 매수 주체는 가치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기관투자자로 주식 가치의 재평가와 유통물량 확대 차원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말 배당을 종전 주당 60원보다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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