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행장이 꿈꾸는 신한은행 미래의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사실상 올해 금융위기에도 건실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은행들이 분기 적자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기순이익이 올 1분기에만 증가율이 소폭 떨어졌을 뿐 2분기 들어서는 다시 눈에 띄게 급증했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신한은행의 안정적인 경영시스템 때문일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과거 조흥은행과 합병을 통해 자산을 크게 늘렸으며 특히 신한-조흥은행 노조와도 성공적인 통합으로 큰 분열 없이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구축했다.
그렇지만 이 행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없었다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금융계의 시각이다.
매 순간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위기가 닥칠 때는 누구보다 발 빠른 대처 능력이 지금의 신한은행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그래서일까. 이 행장은 고객과 평등한 은행을 만들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또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보다 높이 있어도 또 너무 낮아도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위기 극복의 해답이 바로 고객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2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됐다.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A 순이자마진(NIM)이 전분기에 이어 2분기도 소폭 하락했다. 또 이자이익 감소, 기업구조조정 지속에 따른 충당금 전입액 증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개선과 자산 리프라이싱, 조달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NIM 하락을 증가세로 턴어라운드 했다.
이는 수수료 수익과 투자유가증권 등 비이자이익 증가, 급여감축 등 적극적인 비용 절감 노력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Q. 정부의 출구전략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고 있는지, 또 은행이 역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출구전략 시기는)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 정도, 선진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려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실업률의 증가에서 보듯이 경기침체가 여전하고 물가상승률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 정도는 크지 않고, 미국과 중국 등도 연내에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좀 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본다.
또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2010년 하반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 때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가장 적절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사실상 출구전략은 우리에게는 금리상승에 따른 영향을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가 상승 할 때 금융위기로 고용상황이 악화된 가계와 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 구조조정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건전성 관리에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장기수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장ㆍ단기 금리차가 커지면 예대금리차도 악화될 수 있어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금조달운용 포트폴리오 목표를 설정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은행들의 주택대출과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있다면
A. 지금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 보이는 것은 절대금리보다는 체감금리 영향 탓이다.
과거 적용금리가 6~7% 선에서 운용한 것을 보면 지금의 금리는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가산금리가 높아지면서 주택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의 상당부분이 CD 3개월물 기준금리는 정책당국의 저금리기조 유지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운용을 위해 은행이 조달하는 금리는 대부분 1년이상 금융채 또는 정기예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1년 이상 장기물로 조달해 3개월로 대출이 운용됨에 따라 자금 엇박자에 따른 수익성급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금리운용은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다. 다만, 은행권 내부적으로 CD금리 편중현상의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하고 있다.
Q. 수익창출을 위한 타 은행과 차별화 된 전략은 무엇인지
A.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판단지표에 이어 실물지표도 호전되면서 경기하락세가 뚜렷하게 개선되는듯하지만 수출부진 및 정부의 경기부양효과 약화, 금융시장의 불안 재연 가능성 상존 등으로 회복 추세 지속을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전 은행권의 연체율이 증가했지만 다행히 2분기 들어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중소기업 구조조정 등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본격화된 저금리 현상에 따라 금년 상반기 NIM은 전년 말 대비 하락했지만 지금과 같은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조달 비용이 하락하면서 3분기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NPL이 축소돼 NIM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Q 금융지주법 시행에 대한 소견과 신한은행의 장ㆍ단점을 꼽아 달라
A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크게 구분해 보면 금융지주회사 시너지 활성화는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금산분리 규제개혁과 비은행 지주회사 규제 합리화는 장기적으로 다소 우려스럽다.
우선 금융지주회사 시너지 활성화와 관련하여 해외 진출시 자회사간 공동출자가 허용돼 투자 가능 대상이 확대된다. 이는 글로벌 리테일 전략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 출자한도 폐지 또한 향후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임직원의 겸직과 업무위탁 허용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해다고 있다. 메트릭스(Matrix)조직 활성화와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산분리 규제개혁과 비은행 지주회사 규제 합리화 개정 등으로 대기업 자본에 의한 경영권이 침해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대기업이 보험지주회사나 금융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자회사간 고객 정보 공유와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등의 효과가 맞물려 은행의 고객기반을 잠식하면서 은행권의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Q 일본에 은행 설립 본면허를 획득하는 등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A 일본의 안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20년 이상의 업력으로 안정적인 고객기반을 마련해 여기에 차별성만 부각한다면 현지법인이 일본시장에 조기 정착하는 것은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한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일차적으로 재일동포를 비롯한 한국계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일본인 고객까지 확보해 일본내 지위를 확립할 계획이다.
특히 그간 갖춰놓은 글로벌네트워크망을 토대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하에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지역과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네트워크 재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Q 증권사와의 지급결제 허용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업무 시행은 정부의 금융투자업 육성 정책에 따라 추진된만큼 이미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따라서 은행권에서는 증권사의 금융결제원 사원기관 특별 참가에 편의를 제공하는 등 제도 시행 및 정착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물론 참가금의 규모 및 납입방식에 대해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입장 차이가 있었고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와 시행 시기 등을 감안해 지난해 말 증권업계의 요구를 은행권에서 전격 수용한바 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업무 허용으로 인한 고객기반 축소, 수익력 저하 등은 은행 경영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서비스 개선, 신상품 개발, 가격 경쟁력 제고 등 다양한 차원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해 나가겠다.
Q 하반기 경영전략이 있다면
A 하반기에는 올해 연간 경영계획을 큰 변화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고객 창출 기반 강화, 수익 구조개선, 건전성 관리 강화, 장기 성장 기반 구축 등을 중점 전략으로 선정해 핵심역량 강화와 체질개선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수익 구조 개선은 안정적 수익 구조 창출을 목표로 NIM 개선, 그룹 시너지 판매 강화, 수익기반 다변화, 채널 역량 강화, 비용 효율성 제고, 저코스트 예금 등 수신 기반 확충 등에 힘쓸 계획이다.
■말단직원에서 최고 경영자까지…
■열정ㆍ성실함이 만든 드라마 같은 인생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한 마디로 '신한맨'으로 통한다.
신한은행 조직원들은 애사심이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행장은 그런 조직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의 행적은 말단직원에서부터 최고 경영자(CEO)에 오르기까지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1971년 제일은행을 통해 은행권에 첫 발을 내딛고 82년부터 30년 가까이 신한은행에 몸을 담았다. 1986년 일본 오사카 지점 대리로 근무했고 1997년 비서실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후 2000년 도쿄지점장, 2004년 신한지주 상무 등을 거쳐 올해 3월 신한은행장으로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말단직원에서 지금에 자리에 오기까지는 원동력은 ‘열정’과 ‘성실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원동력은 지금의 신상훈 지주 사장한테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실제 부하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혼을 담아서 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열정을 갖고 일하라는 메시지다. 열정적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성격이 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이 행장은 또 강력한 추진력 소유자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 그의 카리스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그런 우려는 없어진 듯 하다. 조직 체질개선과 경영방향 기반을 철저히 ‘현장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조직내부에는 ‘토참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토참‘이란 이 행장 취임 후 만들어진 신조어로 토론과 참여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 행장은 “강건한 은행이 되려면 지위, 부서를 막론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참여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행장은 또 금융위기로 은행 순익이 크게 줄었다고 결코 어려운 주변에 눈을 감지 않았다.
취임 한 달만에 전 직원 기본연봉의 약 6% 반납과 그 재원 400억원을 이용한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임원이 아닌 전 직원의 임금반납은 업계 최초였으며 'Job-S.O.S 4U'프로젝트에 따라 정규직원을 채용한 기업에 1인당 1년간 매월 최대 100만원을 지원함으로써 약 3200개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소외계층 지원도 이뤄지게 됐다. 캄보디아 의료봉사 활동 등 자원봉사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