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째 이어진 이른바 '불황형 무역흑자' 구조가 8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끝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로 일부 자본재와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수입 수요가 살아나는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7월에 이어 8월에도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무역구조는 월 초에 수입이 늘며 적자를 내다 월말에 수출이 몰리면서 흑자로 돌아서는 형태라 이 기간의 실적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입 감소로 지난 3월의 경우 10일까지 무역적자가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고 4월에는 첫 10일간에만 1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냈으며, 지난 7월에도 이 기간의 무역흑자가 10억2000만 달러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입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회복 기미를 보여온 일부 산업들은 설비투자 대신 재고와 기존 설비의 가동률 제고로 대응해 왔으나 하반기 들어 LCD 등 디스플레이산업의 선도로 투자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통신기기용 반도체 등 일부 부품·소재 분야도 수입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투자나 수출품 제조를 위한 수입 수요가 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대일(對日) 무역적자의 증가세다.
지난 4월 25억 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5월 17억 달러로 급감했던 대일 적자는 6월에는 21억6000만 달러, 지난달에는 23억8000만 달러로 뚜렷한 재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8월의 무역흑자는 수입 수요 증가세 등으로 30억 달러대에 그쳐 6월(72억7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추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물경기 타격이 본격화됐던 11월부터는 수출 증가율이 20% 선에 이를 전망"이라며 "'불황형 흑자'가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