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에 대한 병마개제조자 지정제가 국세청장이 1년 이상 병마개제조업을 전업하는 모든 납세병마개 제조시설을 갖춘 업체 중에서 납세병마개제조자를 지정함에 따라 일반 병마개사업자 등의 납세병마개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어 이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도매시장법인 지정제'가 지자체장이 지정한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만이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도매업을 영위하도록 함에 따라 과점구조가 형성되고 중도매인등의 선택폭도 제한돼 농수산물경매가격의 경쟁을 제한하고 있어 이또한 등록제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부터 14일까지 시장경쟁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살리기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개최하고 있는 ‘진입규제 개선’ 공개토론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14일 열린 마지막날 공개토론회에서는 ‘주류납세병마개제조자 등록제 전환‘과 ’도매시장법인의 등록제 전환‘에 대해 논의됐다.
병마개와 관련 현 주세법 상 술병에 씌우는 마개는 국세청 지정업체만 만들 수 있도록 돼 있다. 업체 지정은 5년마다 이뤄지지만 두 업체 이외 업체가 시장에 진입한 사례는 없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2월에도 삼화왕관과 세왕금속만을 병뚜껑 제조업체로 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주류 병 두껑 제조사 지정제도가 시장진입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를 진행중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건양대 전자상거래무역학과 김진국 교수는 납세병마개제조자로 지정받기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과도하고, 지정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납세병마개시장에서 2개 업체가 사실상 완전 카르텔 형태의 독점이익을 실현 중이라고 지적했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 2개 업체가 지역별, 업체별로 거래선을 구분해 납세병마개를 공급하므로, 주류제조업자들은 사실상 독점공급을 받고 있어 납기, 품질, 가격과 사후관리 등에서 불만이 고조돼 왔다.
김진국 교수는 "주류병마개는 고도의 생산기술이 요하지도 않고, 일정시설만 갖추면 충분히 생산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병마개제조 1년의 전업기간과 모든 병마개제조 설비를 요구함으로써 기존 플라스틱과 압축병마개 등의 제조시설을 가진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탈세방지를 위한 주세보전차원이라면 현행 납세병마개제도 외에 자동계수기 등으로도 충분히 대체가능하므로 지정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알루미늄캔(맥주), 팩(소주)의 경우에는 자동계수기를 통해 세수를 통제하고 있고, 무엇보다 선진국 대부분은 병마개를 자유경쟁을 통해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선정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병마개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권기영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납세병마개는 주세보전을 위한 안전장치로 탈세목적의 위변조방지, 안정적 공급 등을 위해서 정부 관리통제가 필요하므로 규제완화는 곤란하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해 당사자인 한국주류산업협회 이종진 상무는 "납세병마개 시장 특성상 규제완화시 수요증가나 기술혁신을 기대하기 곤란하지만 전통주 업체 등의 소량 주문에 대한 공급차질과 납세병마개 가격인상을 야기하므로 지정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국행정연구원 김신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주류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납세병마개를 자동계수기와 수량관리시스템 등으로 대체하고, 영세제조업자는 세수보전차원에서 납세병마개제도를 유지하는 단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지정제의 등록제 완화 필요성과 관련 발제자인 건양대 김진국 교수는 "도매시장법인 등의 지정제로 인해 독과점구조가 형성되고, 유통구조가 후진화됨으로써 동시에 사회후생이 감소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도매시장법인의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은 평균 2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업 이익률 매출액 대비 16.8% 은 제조업 5.9%, 이마트 9.1% 등 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며 "과다한 영업이익율은 생산자에게 돌아갈 몫을 줄이고 지정제를 통한 과점체제로 인해 도매시장법인 간 가격담합 및 물량조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도매시장법인 지정방식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이면 누구나 가능하도록 등록제로 변경하여 다수의 사업자가 진입 가능하도록 개방할 필요가 있다"며 "등록제 전환시 도매시장은 한정된 공간에서 각 상품별 경매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사전출하예약 등의 제도적 뒷받침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연구위원은 "공영도매시장이 공적기능 수행하는 것임에도 경쟁을 도입하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등록제전환은 일부 참가 도매법인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뿐"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안용덕 유통정책과장은 "유통채널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매시장의 경영혁신을 위해서는향후 등록제를 포함해 경쟁력을 촉진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현종 연구위원은 "등록제로 개선될 경우 도매시장신규진입으로 유통비용 감소와 기존 도매법인간의 경쟁이 촉진될 수 있으나 공간배치 문제 등으로 공간여력이 있는 도매시장부터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현구 한국중도매인연합회 서울지회 이현구 회장은 "현재 시장도매법인 지정제로 인해 과점체제가 유지됨으로써 중도매인의 선택권은 제약되고, 시장도매법인간 중개수수료담합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토론회 개최결과를 토대로 학계, 관련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입규제 정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제살리기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