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이요? 여기는 그런 개념은 없어요. 급할 때 경력직을 뽑고 필요 없으면 희망퇴직이던, 은근한 압박을 주던 어떤 방식으로든 바로 쫓아내죠. 이 때문에 연봉을 높이기 위해 규모가 여기보다 작은 은행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은 그냥 징검다리인 셈이죠.
임원들이 고용불안에 노조를 만든 HSBC은행의 고용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HSBC은행의 A 씨는 세계적인 금융그룹 HSBC가 국내에 진출 한 이후 선진금융서비스 도입은커녕 후진국보다 못한 고용시스템에 대해 첫 운을 뗐다.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조기진급과 전체 직원의 70%가 넘는 직원이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공채가 없다는 것을 꼽았다.
A 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사나 상무급은 회사의 임원으로서 최소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직책을 말하는데 여기는 말이 이사일 뿐 그냥 관리자(과장급)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이는 조기진급을 통해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편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HSBC은행은 현재 70%가 넘는 직원이 여성들로 구성됐다. 사실상 남성들은 결혼을 해도 자녀들을 부양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혼 후 일에 대한 부담이 자유롭다. 아마도 (HSBC)경영진들이 이 점을 노려 여성들을 선호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A 씨는 수년 간 공채를 모집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필요한 인물은 경력직을 뽑아 곧바로 계약직으로 충원하고,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일반 은행은 공채로 모집해 최소 수십 년 동안 한 은행에 근무하지만 여기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라며 “필요할 때는 경력직 직원을 계약직으로 모집해 충원하고 다시 필요 없으면 만기를 채워 내보는 형식”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 내부에서 연봉을 공개하는 것은 퇴직사유가 된다”며 “대부분 경력직을 통해 직원을 구해 부하직원이 상사보다 급여가 높은 일이 다반사다. 연봉공개를 꺼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 은행 직원들이 부하보다 더 급여가 적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것이다. 오히려 수십여 년을 같이 생활하는 직원들이기에 오히려 가족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언제 나갈지 모르고 또 여기는 더 좋은 조건으로 취직을 하기 위한 징검다리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경력직을 뽑기 때문에 연봉이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개인주의가 많고 서로 숨기는 일이 많다. 과연 이 회사가 장기적으로 운영할 생각인지 의구심마저 들 정도”라고 한숨을 내셨다.
A 씨는 “글로벌 그룹이 한국에 진출하면 선진 금융시스템이나 보다 미래지향적인 고용형태를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외국계은행을 보면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다. 돈이 되면 하고 안되면 언제든지 떠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HSBC은행은 환율이 오를 때는 달러를 대기업에 대출해주고 주식이나 딜(Deal) 등으로 수익구조를 만들고 있는데 올해도 아마 당기순이익 등이 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는 HSBC가 한국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 업무를 서비스로 하는 인력들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인력을 내보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향후 외국자본의 한국진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 씨는 “앞으로 금융규제가 완화되면서 외국자본의 한국진출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국문화도 제대로 모르고 불안한 고용형태를 가지고 온다면 과연 누가 환영할지 모를 일”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은 개인은 더 가난해지고 회사는 부유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금융규제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