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ㆍ정의 추구 ‘깨어있는 군인’들 배제
국방부 장관에 軍 장성 대신 TV 뉴스 앵커
국방ㆍ안보 전문분야에 충성파 대거 지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외정책을 이끌 국무부장관과 국방장관ㆍ국토안보장관ㆍ안보보좌관 등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펜타곤) 출신 군(軍) 지도부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군 수뇌부는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에 맞선 반대 집단이었다. 이들을 상대로 “숙청이 이어질 수 있다(lead to a purge)”는 관측이 나왔었고, 이 전망은 현실화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코 루비오(53)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공식 지명했다. 당선인은 "마코는 존경을 많이 받는 지도자이고, 매우 강력한 자유의 목소리"라며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보훈부장관을 제외한 2기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인선이 마무리됐다.
미국의 국방과 외교ㆍ안보를 책임질 인사를 지명하는 자리에서 정작 펜타곤의 고위급 장성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은 마이크 왈츠(50) 하원의원을 백악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지휘할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TV 진행자로 이름난 피트 헤그세스(44)다.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사우스다코타 여성 주지사 크리스티 놈(53)을 발탁했다. 한때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트럼프 충성파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트럼프 첫 임기 4년 차에 DNI 국장을 지낸 존 랫클리프(59)가 지명됐다.
미국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군인 출신 정치인 털시 개버드(43) 전 하원의원을 발탁한 게 사실상 유일한 군 출신 지명자다. 인선 명단에서 펜타곤 수뇌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2기 내각에 철저하게 군 수뇌부가 제거된 배경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그의 정책에 철저하게 반대해온 집단이 펜타곤이었기 때문이다.
펜타곤에는 이른바 ‘깨어있는 장군들(Work General)’이 존재한다. 인종 갈등 타파와 사회정의 등에 초점을 맞춘 장군을 일컫는다. 반면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은 물론 보수진영에서는 진보적 군부 정책을 비판하는데 주로 등장했던 단어다.
당선 직후인 10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대한 회의적 시각부터 갖가지 국방부 정책과 부딪혀 왔다”라며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국방부 지도자들에 대해 훨씬 더 부정적 시각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를 이끄는 잭 리드(민주당) 의장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트럼프가 미국 국방부를 파괴할 것”이라며 “헌법을 위해 일어선 장군들도 해고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임기 동안 충성심을 우선시하고 이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한 군 장교와 국방부 공직자들을 모두 몰아낼 것”이라며 “대대적인 숙청이 이어질 수 있다(lead to a purge)”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6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깨어있는 장군들을 해고할 것”이라며 “깨어있는 군대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