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민간임대주택 임대인의 사기로 전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은 계약 종료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을 심사해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수정·삭제하도록 시정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민간임대주택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보증계약에 따라 임대사업자는 계약종료 이후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인 HUG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액을 지급한다.
공정위가 시정권고한 조항은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주채무자)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임차인(보증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최근 몇 년간 주택임대차 계약 관련 정보가 부족한 임차인을 상대로 한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전세계약 종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그간 HUG가 해당 조항을 근거로 보증을 취소하면서 부당하게 임대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공정위는 HUG의 해당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임차인의 잘못이 없는데 임대인의 귀책사유만으로 보증계약을 취소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보험계약자의 사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면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 규정 취지에도 반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HUG와 유사하게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다른 기관의 약관을 보면 사기로 인해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라도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신용호 공정위 악관특수거래과장은 “HUG가 불공정약관을 시정하면 임대인의 잘못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선의의 임차인이 보증보험을 가입했음에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 이번 공정위 약관심사는 이미 체결된 계약관계를 소급해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업자가 향후 계약 체결 시 문제된 약관조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시정권고 이후 HUG와 해당 약관조항에 대한 시정 협의를 진행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만약 HUG가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를 무시하면 과징금, 검찰고발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