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글로벌 원전의 50%가 SMR로 채워져
체코 반독점 당국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의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계약을 일시 보류한 가운데 체코전력이 이보다 하루 앞서 영국 롤스로이스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부 지분 20%를 인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자칫 체코 신에너지 사업의 무게중심이 우리와 계약한 대형 원전에서 SMR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체코전력은 전날 롤스로이스 SMR 지분 20%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롤스로이스 SMR은 이를 시작으로 체코 곳곳에 SMR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편 체코 반독점사무소는 이날 “한수원의 원전 신규 건설사업 계약을 일시 보류한다”라며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원전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활용한 것이라며 체코 당국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체코 당국이 한수원의 계약을 일시 보류하기 하루 전, 체코전력이 SMR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한 셈이다.
현재 체코는 프라하 테멜린과 두코바니 2곳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6기를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한수원은 두코바니에 들어설 대형 원전 2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다. 1000메가와트(㎿) 규모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와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 공급 등 건설 업무 전체를 일괄 책임진다.
한수원이 계약한 대형원전과 영국 롤스로이스 SMR의 모듈형 소형원전은 차이가 크다. 대형 원전은 높이만 80m가 넘는다. 이와 달리 SMR은 15m 안팎이다. 전체적인 크기는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수준이다.
대형원전은 고정적인 대용량 출력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SMR은 발전용량이 적어도 안전성과 효율성이 뛰어나고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체코전력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사업을 확대 중인 영국 롤스로이스는 초호화 고급차와 항공기 및 선박 엔진 등을 개발해온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자동차사업부는 독일 BMW그룹에 매각했고, 항공기와 선박 엔진 등 동력원을 개발 생산해 왔다.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SMR을 확대해 왔다.
롤스로이스 SMR은 모듈 구성에 따라 최대 50㎿에서 최대 300㎿ 출력을 낸다. 이는 최대 100만 가구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수명도 60년에 달한다.
체코전력의 지분 인수로 롤스로이스 측은 당장 내년부터 공사를 진행한다. 공장에서 생산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수준인 만큼, 사업 추진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공사 기간도 대형원전(5~6년)보다 짧은 2년 정도다.
이에 한국이 수주한 체코 원전사업이 자칫 암초를 만나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수출 확대에 차질을 빚을지 우려된다.
원자력 전문인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는 2030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SMR의 점유율이 30%를 넘어서고 2050년이면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내년부터 글로벌 대형원전 수주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KDB경제연구소는 “한수원이 체결한 1000㎿급 4세대 원전과 SMR은 비교가 어려울 만큼 각각의 장점과 역할이 뚜렷하다”라며 “대형원전을 주축으로 하되 지역별로 SMR로 전력 수요를 보완하는 방식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