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가 1997년 7월 1호 국산 신약으로 이름을 올린 뒤 25년간 37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국산 신약은 제약기업의 연구개발(R&D) 결실로 인정받는 만큼 다음 주자로 어떤 치료제가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비보존제약의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LG화학의 ‘티굴릭소스타트’ 등이 38호 국산 신약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비보존제약의 어나프라주는 중추신경계(CNS)와 말초신경계에서 다중으로 작용하는 비마약성 진통제다. 현재 중증 이상의 극심한 통증에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는 마약성 진통제뿐으로 대체재가 없어 미충족 의료수요가 크다. 비보존제약은 작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어나프라주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회사 측은 연내에 품목허가 신청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품목허가와 함께 비보존제약은 상용화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올해 4월 보령과 어나프라주의 국내 상업화 업무협약을 맺고, 6월 신약 마케팅본부를 신설하는 등 상용화 준비를 본격화했다. 또 아이큐어와 함께 어나프라주에 경피약물전달시스템(TDDS)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형의 혁신 신약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두현 비보존그룹 회장은 최근 사내 공지에서 “올해 내로 예상되는 어나프라주의 품목허가와 사전 마케팅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나프라주 상업화와 혁신적인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 진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회사와 경영진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38호 국산 신약에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SK바이오팜은 2007년 10월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의 물질 특허를 획득한 뒤,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2020년 5월 미국에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출시했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선 2021년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다. 지난해 기준 기술수출 수익을 포함해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출시는 2026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SK바이오팜은 국내 판권을 이전받은 동아ST를 통해 2026년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한 LG화학의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도 후보다. 임상 3상 종료 목표 시점은 2025년 12월이다. 티굴릭소스타트는 통풍의 주요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 ‘잔틴 옥시다제(XO)’의 발현을 억제하는 1일 1회 먹는 통풍치료제다. LG화학은 2027년 미국 FDA에서 티굴릭소스타트를 1차 치료제로 허가받는단 계획을 제시했다. 이어 2028년부터 글로벌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국내 신약개발 역량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미국 FDA에서 허가된 56개의 바이오시밀러 중 한국 제품이 12개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또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내 혁신 신약으로 9번째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면서 “신약을 개발해서 미국 FDA에 허가받는 국가가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신약개발 역량이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에서도 첨단 바이오 R&D 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R&D 예산 중 바이오 분야 예산이 78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