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하루가 머다하고 가격 인상 방침을 전하자, 소비자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매장 판매가와 배달앱 주문 가격을 달리하는 ‘이중가격제’를 운영 중인데 고물가를 이유로 잇달아 매장 판매가 등 전체 판매가를 올리자, 결국 배달수수료 부담은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토종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24일부터 시그니처 메뉴인 '싸이버거'(단품)를 기존 4600원에서 300원 올린 49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총 62개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 폭은 버거 300원, 치킨 500원, 사이드메뉴 100원 등이다.
맘스터치만 가격을 올린 게 아니다. 한국맥도날드(맥도날드)는 올해 5월 빅맥 세트 가격을 300원 올리는 등 6개월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앞서 맥도날드는 2022년에도 두 차례 가격을 올렸고, 지난해에도 2월과 11월 가격을 조정했다.
롯데리아는 8월 버거류 가격을 100∼200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배달 메뉴 가격을 1300원 대폭 올렸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2월 불고기버거 등을 200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 수수료 인상이 외식 물가를 끌어올리는 ‘앱플레이션’의 시작”이라면서도 “버거 프랜차이즈가 다른 품목보다 가격 변동에 예민하고 주기가 좀 더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맘스터치는 이번 가격 인상 이유로 “배달 플랫폼들의 수수료 인상에 따른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와 소비자단체 등은 기업이 소비자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야지, 가격 인상만을 해법으로 내서는 안된다고 비판한다.
소비자단체는 각 브랜드 운영 기업들이 자신들의 경영 무능을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하는 행위라고 일갈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매출원가율은 대부분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나아지고 있다”라며 “이중가격제 운영으로 소비자는 배달 서비스 이용 시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런 전략은 업체에 닥친 어려움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이중가격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는 배달 수수료에 대한 비용이 흡수돼 이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라며 “이중가격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배달 수수료가 매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로, 배달 수수료 인상을 요인으로 전체적인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수익성 우려를 이해하지만, 이보다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배달앱에서 무료 배달 경쟁하면서 입점업체에 부담을 준 것은 사실이라 이중가격제 자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빌미로 더 많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전했다.
배달 수수료 문제는 답보 상태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회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달 플랫폼은 매출 상위 60~80%에는 4.9~6.8%, 상위 80~100%에는 2%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차등수수료 안을 제시했고, 입점업체 측은 5%의 수수료 또는 수수료 상한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상생협의체가 수수료를 내리는 방안에 합의해도 소비자의 부담이 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가 인하 수순을 밟아도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중가격제는 폐지될 수 있지만, 원재료 부담이나 제반 비용 등도 계속 오르고 있어 한 번 오른 가격을 내리진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